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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쉿 소리없이… AI가 다 알아서 해주는 캄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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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쉿 소리없이… AI가 다 알아서 해주는 캄테크

박영규 인문학자 , 최한나 기자 입력 2018-11-28 03:00수정 2018-12-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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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등 인공지능 기술… 사용자 삶의 패턴-기호 분석
냉장고 비면 자동 주문 등 최적의 상황 유지시켜줘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침투
인간영역 뺏는다는 부정론보다 자유 늘려주는 측면 봐야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의 네스트 랩스, 애플의 시리 같은 캄테크(calmtech) 기술은 사용자 삶의 패턴과 기호를 파악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지시 없이도 문제를 해결해준다. 냉장고가 비면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늘 먹는 식료품을 주문해주고, 에어컨 리모컨을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최적의 실내온도를 알아서 유지해준다. 기상 시간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자동으로 켜주고, 그날의 날씨 정보와 교통 상황을 브리핑해준다. 출근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석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시동, 주행, 제동, 주차 등 모든 동작을 자율주행자동차가 알아서 해준다.

캄테크는 조용함을 뜻하는 캄(calm)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미국 제록스파크 소속 연구원이었던 마크 와이저와 존 실리 브라운이 1995년 공동으로 쓴 ‘디자이닝 캄 테크놀로지(Designing Calm Technology)’라는 논문에서 유래했다. ‘일상 생활환경에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를 보이지 않게 내장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는 캄테크의 이치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발에 꼭 맞기 때문이고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허리에 꼭 맞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시비비를 잊는 것은 내 마음이 외물(外物)과 꼭 맞기 때문이다. 내적 동요가 없고 질질 끌려다니지 않는 것은 일이 때에 꼭 맞기 때문이다. 시작과 끝이 꼭 맞으면 맞음 그 자체도 잊어버린다(忘足(망족) 履之適也(구지적야) 忘要(망요) 帶之適也(대지적야) 知忘是非(지망시비) 心之適也(심지적야) 不內變(불내변) 不外從(불외종) 事會之適也(사회지적야) 始乎適而未嘗不適者(시호적이미상부적자) 忘適之適也(망적지적야).”―장자 달생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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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작으면 발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다. 옷이나 허리띠, 장갑도 그렇다. 잘 설계된 캄테크 기기들은 내 삶에 꼭 맞기 때문에 편하다.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누린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캄테크에 내장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삶의 모든 영역을 하나의 망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간의 직업을 빼앗거나 삶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 그러나 허전하고 시린 인간의 마음 한구석을 넉넉하게 채워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캄테크다.

캄테크는 이미 와 있는 미래다. 가까운 미래에는 캄테크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을 것이다.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새로운 기회와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캄테크가 가진 그늘진 얼굴이 아니라 밝은 얼굴에 눈길을 줘야 한다.

박영규 인문학자 chamnet21@hanmail.net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ai#캄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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