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팀원 창의력 높이는 ‘겸손 리더십’… 권위적 조직선 되레 역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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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태도에 큰 영향 받는 IT기업
자유롭게 토론 오가는 수평 조직서 리더의 겸손한 성품이 창의성 높여
수직적 권력관계 고치는 노력 필요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기업 임직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점점 복잡해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진다.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지닌 여러 사람이 브레인스토밍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팀원들의 아이디어와 소통을 독려하는 팀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많은 경영학 연구자들은 팀 단위의 창의성을 높이는 리더의 중요한 자질로 겸손한 성품을 꼽는다. 리더가 팀원을 일방적으로 평가하고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팀원들이 안심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량, 팀원 간의 정보 공유를 활성화시키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더의 겸손한 태도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겸손한 리더는 때때로 자존감이 낮고 권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리더의 겸손은 어떤 맥락에서 팀 창의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최근 중국에서 여러 정보기술(IT)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는 ‘권력 거리’에 따라 겸손 리더십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권력 거리는 직급이 낮은 사람이 그 조직 내의 권력 불평등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의 정도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권력 거리가 가까운 문화에서는 하급자들이 편안하게 상사의 의견을 비판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견한다. 반면 권력 거리가 먼 문화에서는 형식적인 지위나 계급에 따라 권력이 결정된다. 이런 문화에서는 구성원들이 리더의 말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며 대인관계가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다.

연구자들은 권력 거리가 가까운 경우에만 리더의 겸손한 성품이 팀 내 창의성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정보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 거리가 먼 팀에서는 리더의 겸손함이 오히려 팀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조직에서는 ‘리더란 마땅히 권위적이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겸손한 리더를 대할 때 오히려 어색함과 불편함, 긴장감을 느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리더가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팀 분위기에 맞게 활용돼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기업은 리더십 교육을 할 때 겸손함을 미덕으로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미덕이 현장에서 실제 효과를 발휘하려면 권력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권력 거리가 가까운 팀에서만 리더의 겸손함이 팀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독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ksmoon@cau.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it기업#수평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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