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부정적인 평가는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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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폴 그린의 현장 연구
부정적인 평가 받은 직원은 그런 평가 준 동료 피하게 돼
무기력증-불안감-우울증 겪기도… 약점 지적땐 장점도 동시에 인정을
‘인간’ 고려않은 평가제도 개선 필요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다양한 형식의 ‘피드백’을 제공한다. 특히 상사나 동료들이 어떤 직원의 부족한 점과 개선할 점을 파악해 알려주는 이른바 ‘부정적 평가’는 구체적으로 개선할 점을 알려주고 성과 향상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다소 불편하지만 효과가 좋은’ 혹은 ‘장기적으로 개인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여겨졌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코리아 2018년 1·2월호에 실린 인터뷰는 이 같은 통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폴 그린 등은 ‘동료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한 회사의 현장자료를 연구했다. 이 회사는 직원 300명에게 스스로 할 일을 정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하게 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동료에게 비판적 평가를 받은 직원은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사람과 함께 일을 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인터뷰에서 “부정적인 평가는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직장인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그런 평가를 한 동료보다는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을수록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 더욱 강했다는 것이다. 즉, 같이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을 때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준 사람과 함께 일하려 하지 않았고, 만약 같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상쇄하기 위해 조직 내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이를 ‘칭찬 쇼핑’이라고 불렀다. 연구진은 “부정적인 피드백은 도움을 주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임에도 사람들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한다”며 “자신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칭찬 쇼핑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적 평가를 받으면 무기력증, 불안감, 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조직원들에게 늘 긍정적인 피드백과 칭찬만 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연구진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약점을 발견했을 때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며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자신은 소중한 존재이고, 대체로 회사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필요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이때는 반드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직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되 10분 정도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쓰도록 하며 자기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칭찬 쇼핑이 거의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이 동료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대기업은 대부분 채택하고 있지만 부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직원들이 고무될 것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현행 피드백 시스템은 사람들이 스스로 방호벽을 치고 비판을 회피하도록 만드는 문제가 있다는 것. 연구진은 “인간은 복잡하다”며 “그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고려한 평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부정#평가#개선#하버드대#폴 그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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