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무역 갈등, 연방제 美 로비 구조를 이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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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수입규제와 관련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 및 기업의 대응을 다루는 보도 중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현지 공장 건설 예정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의 주지사가 국제무역위원회(ITC)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 건설로 창출될 고용효과를 강조하며 한국 기업을 두둔했다.

사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 권한이 나뉘어 있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입장이 다를 경우 지방정부가 나서서 연방정부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로비를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언제, 그리고 왜 연방정부에 로비를 할까. 그러한 로비 활동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와 관련해 하버드대 연구진은 최근 한 논문에서 어떤 지방정부가 활발한 로비활동을 펼치는지 분석했다. 이들은 할 일은 많은데 돈이 없는 시(市)정부, 즉 재정을 확대하는 민주당 성향의 시정부가 공화당 성향의 주(州)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기 어려울 때 연방정부에 로비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미국의 시정부가 보고한 1999년과 2012년 사이 연방정부 로비활동 1만3800여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로 진보 성향의 시가 보수 성향의 주에 속해 있는 경우 로비활동 횟수가 급증했다. 또한 지역구를 담당하는 하원의원이 민주당 출신인데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일 경우 하원의원에게 더욱 공격적인 로비를 하게 된다는 결과도 얻었다.

지방정부, 주정부, 연방정부가 분리돼 있는 미국 정부의 제도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비(非)시장 전략’ 측면에서 미국 현지에 투자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한미 간 무역분쟁에서도 드러나듯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 혹은 지방정부와 주정부 간 선호의 불일치로 생긴 틈을 우리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무역#연방제#미국#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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