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상황변화에 유연한 ‘호모 이코노미쿠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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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제약조건 아래에서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위를 선택하는 ‘합리적 행위자 모델’은 경제학이나 경영학뿐만 아니라 정치학에서도 널리 수용된 표준적인 연구 방법이다. 하지만 합리적 행위자 가정을 반박할 수 있는 정치적 현상과 사례는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브라이언 래스번 교수와 하버드대의 조슈아 커처 교수 등은 최근 정치행위자가 어떤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지를 연구했다. 즉 인간이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를 다투는 비생산적 논쟁을 탈피해, ‘상수’가 아닌 ‘변수’로서 인간의 합리성을 알아봤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우선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성(pro-self)이 강한가, 혹은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이익의 분배를 지향하는 친사회성(pro-social)이 강한가로 구분했다. 사회적 가치 지향성을 기준으로 본 것이다. 다음으론 냉철한 현실인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 즉 절차적 합리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의 강도를 기준으로 그 강도가 높은 행위자와 그렇지 않은 행위자를 구분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합리성 추구 의지가 높은 유형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합리적 행위자가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향을 가진 행위자들이 협상에서 자신의 상황에 대한 유불리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자신의 요구를 적응시킨다는 가설을 세웠다. 204명의 미국 대학생을 상대로 한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은 입증됐다. 자기중심성이 높고 인식적 욕구가 강한 행위자들은 예상대로 유불리를 철저히 따지며 협상의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앞서 설명한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사람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내가, 혹은 내 직장상사나 동료가 어떤 성향인지를 파악하고 나면 왜 의견이 대립하는지, 왜 협상 상황에서 사람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처하는 여러 상황에서 적절한 인적 구성의 조합을 생각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연구의 교훈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호모 이코노미쿠스#효용#합리적 행위자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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