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저가 사은품도 뇌물 못지않은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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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펜이나 머그잔 등 감사의 표시로 주는 사은품은 뇌물로 인식되지 않는다. 호텔 서비스 제공 접대, 고급 만찬, 고액 강연료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액수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공직자에게 한 번에 20달러, 연간 50달러 이내의 선물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사은품으로 인해 ‘음의 외부 효과’, 즉 선물을 준 사람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한, 사은품의 가격이 높지 않더라도 뇌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액수와 관계없이 사은품을 받은 사람이 그것을 준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주지 않은 사람을 차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뇌물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은품이 실제로 뇌물 효과를 갖는지 검증하기 위해 독일 뮌헨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20∼24명의 학부생과 함께 31회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다. 고객을 위해 영업 담당자가 어떤 구매 행위를 할 때 사은품을 받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또 자기 자신을 위해 구매할 때 사은품을 받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등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고객을 위해 제품을 구입할 때 사은품이 걸려 있다면 그 사은품을 받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제품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구매 결정을 하는 확률이 높아졌다. 의사 결정자가 더 나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43%에 달했다. 자기 자신을 위해 구매할 경우 이 확률은 10%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물이 의사 결정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저가 사은품도 효과적인 뇌물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부패가 상당히 복잡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뇌물의 액수와 방법에 대한 보다 엄밀한 분석은 지금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을 준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정당한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세심한 선물마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 역시 기업들에 시사점을 준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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