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비용절감은 혁신의 결과일뿐… 절감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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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목표치에 집착하면 고객가치 훼손돼 신뢰 무너뜨려
절감 아이디어 발굴-실행땐 직원의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고객의 지갑을 여는 것은 결국 고객 자신이다. 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매출액은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에 비용 절감의 경우 고객을 통하지 않고도 구성원들이 열심히만 하면 그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아낀 금액은 바로 수익으로 직결된다. 기업들에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불황기에는 ‘비용 절감’ ‘인력 감축’ ‘사업 구조조정’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섣부르게 시도하다가는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는 커피 값을 인상하면서 원두는 저렴한 상품으로 바꿔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자칫하면 비용 절감이 수익 증대는 고사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고객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용 절감 시 어떤 원칙들을 지켜야 할까. 일단 비용 절감 활동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운영 프로세스 혁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용 절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고민 없이 단순히 ‘구매비용 10억 원 절감’이나 ‘생산원가 20% 절감’ 같은 목표치에 집착하게 되면 고객가치를 훼손하게 될 위험이 크다. 비용 절감은 근본적으로 운영 혁신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KT의 경우 목표 달성에 급급한 비용절감 과제 추진을 지양하고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제들에 집중했다. 일례로 고객들의 사후서비스(AS) 출동 요청을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분석해 32가지의 주요 고장원인을 발굴하고 사전 정비를 통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해 고장신고 자체를 10%나 줄였다.

더불어 비용 절감을 원하는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도 불구하고 고객가치가 변함없이 지켜지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고객가치 제안은 기업의 경쟁력과 전략적 입지를 결정짓는 핵심 역량 중 하나로, 한번 훼손되면 이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고객가치 제안을 훼손하는 형태의 비용 절감은 추진하기 쉽고 짧은 시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지는 몰라도 장기간 성과를 지속시키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비용 절감 아이디어의 발굴과 실행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효과적인 비용 절감 방안은 대부분 현장에 있으며, 기존 프로세스의 개선 방향 역시 현장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직원들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열심히, 즉 얼마나 세심하고 집요하게 찾도록 만드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프로세스 개선에 기여하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KT는 실제로 팀 단위로 실천 가능한 과제를 하나씩 발굴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1팀 1과제’ 제도를 도입했고 ‘끝장 토론’ 방식의 비용혁신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개최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원칙들을 지켜 자칫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 증대라는 ‘숫자’는 얻되 사람의 ‘마음’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실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데 기상천외한 마법 같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내부, 현장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잘 모아서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실천하다 보면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게 돼 있다. 결국 비용 절감의 원칙을 잘 따르는 실행이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상화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sangwha@handong.edu
#dbr#경영#전략#비용절감#고객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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