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어트겅체첵 담딘수렌]국민행복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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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교수·외교부 공공외교 명예사절
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교수·외교부 공공외교 명예사절
세계 모든 민족이 보유한 구비문학은 매우 방대하다. 그 민족의 문화의 흐름은 물론이고 그 역사와 삶, 애환, 사랑과 기쁨까지 모두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몽골 구비문학의 흐름을 연구하다 각 시대를 살던 이들의 애환을 느끼게 되었다. 예로부터 몽골은 유목생활을 하는 부족국가로 부족 간의 갈등과 심각한 권력다툼으로 백성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의 구비문학에는 이런 삶의 고단함에서 오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몽골 구비문학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행복하고 안락한 다음 세상을 기약하면서 현실의 힘들고 고된 삶을 위로하고 보상받으려는 내용이다. 따라서 예전과는 개념이 좀 달라졌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이 일반 국민의 생활을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것은 정책을 구성하는 데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2012년 6월 몽골 총선에서 서민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야당이 승리하여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해 내각을 구성했다. 물가는 올라가고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몽골 친척들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이런 소식을 들으니 ‘새 정권이 일반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저마다 민생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보고 곰곰이 생각했더니 2012년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정부권력이 모두 교체된 시기였다. 러시아,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에서 총선이 이루어졌거나 정부 수반이 교체되었다. 공통점은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국가수반들은 국가의 이념이나 추상적인 발전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자국민들이 행복하게 잘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몽골에서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체감하는 물가도 나로서는 무척 높게만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대학졸업자들의 취업난도 피부로 와 닿을 정도다. 이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곳이 대학이라는 장소여서 더 그럴 것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2월 몽골어과 첫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앞으로 계속 배출될 졸업생들의 일자리에 대한 걱정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학교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청년 실업문제는 범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중에 각국의 리더들이 앞다퉈 자국민들에게 국민행복을 약속하였으니 올해는 전 세계가 자국민의 행복을 위한 경쟁시장이 될지 모른다. 특히 젊은이들의 일자리 확대, 노년층의 보호 정책,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개선 대책 등이 주요 경쟁 항목이 될 것이라 본다.

한국인은 일단 경쟁 상황이나 급박한 상황이 되면 아주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또한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와 불경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무역규모는 2011년 세계 10위에서 8위로 오히려 올라갔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는 경쟁을 이겨내는 특별한 DNA가 있는 것만 같다. 이런 한국은 2013년 이후 세계가 경쟁하는 국민행복 경쟁에서도 어느 나라보다 앞서갈 것이다.

필자의 조국인 몽골 역시 2013년이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몽골의 미래가 달려 있는 대형 자원 개발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런 중요한 일이 잘 추진되어 몽골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국민행복지수가 높아지기를 기원하다. 아울러 몽골도 한국과 함께 국민행복 경쟁에서 한국 못지않은 결과를 이루어 내었으면 좋겠다. 한국과 몽골이 경제, 문화 협력을 더욱 확대해 국민들의 행복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 본다.

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교수·외교부 공공외교 명예사절
#국민행복#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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