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인공지능 제품, 독자개발이냐 기존 플랫폼 활용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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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의 병을 진단하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언어를 자동 번역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객이 문자로 질문한 것을 이해해서 답을 문자로 보내는 챗봇(Chat bot)을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업의 전략과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업의 전략은 크게 △인공지능을 내부 업무에 활용하는 방식 △인공지능을 개별 제품에 적용해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개발해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방식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을 내부 업무에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로 항공사의 ‘비행기표 가격 결정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최근 항공사들은 표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과거 데이터에 기초한 비행기 표 가격 관리(yield management)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폭넓게 활용해 이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을 개별 제품에 적용하는 사례로는 음성인식 TV를 들 수 있다. 이미 음성인식 인공지능이 적용된 TV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음성으로 채널 변경이나 콘텐츠 검색 등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고 가전업체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개발해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업체도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Alexa)’가 대표 주자다. 아마존은 이미 알렉사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형태로 무료로 개방해 놓고 누구든 원하면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수많은 회사가 알렉사를 탑재한 시제품을 선보였다. 향후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면 이들 제품 간의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TV에 장착된 알렉사에 명령을 해서 자신의 자율 주행 자동차에 장착된 알렉사를 통해 자동차를 집 앞으로 부른다든지 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알렉사처럼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플랫폼화하려면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인공지능 플랫폼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알렉사가 구현된 제품을 고객이 사용할 때마다 그 사용 데이터가 아마존에 모이기 때문에 아마존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을 개별 제품에 적용하려고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는 것과 기존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나은 전략일까? 독자적인 인공지능 개발은 기술 독립을 할 수 있고 원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반면 기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전략은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해당 인공지능 기술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 결국, 독자 개발이냐 기존 기술을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기업의 규모와 경쟁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중소 규모 회사라면 기존 기술을 사용하는 편이 현실적이지만,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대기업이라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동시에 추진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il.im@yonsei.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dbr#경영#전략#인공지능#4차산업혁명#플랫폼#독자개발#ai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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