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를 허락하지 않는 북한의 정치체제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5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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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의 4월 최고인민회의 인사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력은 더 강화된 것입니까? 그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출마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세현 서울대 인문계열 19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A.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

북한의 당국과 매체가 사용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직함입니다. 노동당 위원장 직함이 국가와 군대보다 앞서 있다는 점이 눈에 띄지요. 이는 북한을 포함해 모든 사회주의 국가에 있어서 최고 권력을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특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간략형 직함은 당이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두 번째 직함이라는 점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사용했던 주석직과 국방위원장직은 국가를 대표하는 직함이며,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의 선출직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모두 최고인민회의 위원이었습니다.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가운데)이 ‘김정은 2기 체제’ 핵심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룡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만건 당
 부위원장. 사진 출처 노동신문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가운데)이 ‘김정은 2기 체제’ 핵심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룡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만건 당 부위원장.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의 김일성뿐만 아니라 중국의 시진핑, 그리고 베트남의 호치민 등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최고지도자는 대부분 국가를 대표하는 주석직을 공식 직함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 사후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직함을 새롭게 바꾸었으며,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독특한 개성과 1990년대 북한 정권의 위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1998년 개정된 사회주의헌법에 의해 국가주석직이 폐지됨으로써 국방위원회는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국방위원장은 최고영도자로 명시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정헌법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조항에 따라 외교와 의전, 외국 대사에 대한 신임장 수여 등은 모두 사임한 김영남 상임의장이 도맡아 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 같이 이원화된 지도체제의 등장은 공개활동을 싫어하는 은둔형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의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에게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실권을 확실하게 장악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는 수십만 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한 북한정권 최대 절체절명의 위기였으며, 선군정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판 계엄통치였기 때문입니다.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1일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추대됐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1일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추대됐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2016년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위원장직에 올랐습니다. 김정은식 사회주의 정상국가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죠. 국방위원회는 사실상 비상체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입후보하지 않은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가 가능합니다.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최고지도자인 대통령도 국회의원에 입후보하지는 않으니까요.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위원이 아닌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지요.

이번 새롭게 구성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관련하여 권력구도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신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있습니다. 기존 당 부위원장에 국무위원회 제 1부위원장 직함까지 거머쥐었으니 명실상부한 2인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지요. 그러나 간략히 말해 북한에서 권력의 2인자는 존재하기 어려우며 의미를 찾기도 힘듭니다. 그저 최고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자리가 바뀔 수 있으며, 스스로의 정치적 기반은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최룡해 2인자 설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인 김정일 위원장 시기의 비정상성을 해소하고 공개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장마당의 자율성 확대 등 나름대로 실용주의적 지향성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통제는 강화하고 있으며, 권력분야에서 만큼 그 어떠한 변화의 여지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정치 분야는 변화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무풍지대인 셈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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