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깜짝 방중이 북미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은?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0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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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7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대북제재 완화 문제와 관련 중국의 도움을 받고자 하려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 방중이 시사하는 바와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합니다.

-차지현 연세대 경제학과 14학번(아산서원 14기)



A.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런 북경 방문이 있었습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한 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하고 답장을 보냈다고 한 점, 그리고 장소를 협의 중이라고 이야기 한 점을 들어 작년의 경우처럼 북미 회담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아니냐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작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가 중국을 만난 이후 변했다고 부정적으로 언급했었기 때문에 이번 방중이 미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방문 배경과 그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중국과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이번 회담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추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이번 방문이 작년과 같은 성격인가 하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북미 간의 물밑 접촉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느 정도 결정이 되었고, 그에 따라 김정은이 시진핑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저의 해석이지만, 제가 볼 때는 이번 방문은 작년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물밑 접촉을 통해 2차 북미 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는 전제 자체에 의문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는데, 아직 북미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징후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귀국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비건 대표가 보고하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보여주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미국은 2차 정상회담의 날짜를 정하기 전에 실무 협상이 수반되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을 어느 정도 이루어야 정상회담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에 실무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날짜를 미리 정하면 그 이후 실무 협상이 힘이 빠지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비건 외의 다른 라인을 통해 (예를 들어 정보 라인) 2차 정상회담의 날짜를 정하는 협상을 진행한다면 앞으로 비건 대표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북미 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대응책을 상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무슨 목적이 있었을까요? 북한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실무협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실무 협상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소위 ‘상응조치’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상대하는 것이 본인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의사를 전달해 줄 통로가 없다는 점입니다. 1차 회담이 이루어질 때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에 적극적이었지만, 작년 후반기를 지나면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정상회담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적극적으로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관료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신년사를 통해, 친서를 통해, 그리고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작년에 미국이 우려했던 것처럼 적어도 이번 방중에서 중국이 북미관계의 방해자(spoiler)라고 볼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방문은 총 3박4일의 일정으로 알려졌는데,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 하루 정도의 시간만을 북경에서 보낸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진핑 주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 보다는 긴 시간을 보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 날짜를 먼저 정하기를 원하는 북한, 실무 협상의 선행을 주장하는 미국, 이 둘의 밀고 당기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이 됩니다. 만약, 고위급 회담이 곧 열리고, 거기에서 정상회담 날짜가 바로 결정된다면 상황은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만약 미국이 고위급 회담에서 2차 정상회담의 날짜를 정하기 거부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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