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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의 패션 談談]〈16〉패션이 될 마스크, 그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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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의 패션 談談]〈16〉패션이 될 마스크, 그 씁쓸함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입력 2019-03-02 03:00수정 2019-03-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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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갑자기 주머니에서 부르르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안전 안내 문자였습니다. 1월에 네 번, 2월 들어서는 벌써 세 번째네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차량단속 미실시).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 바랍니다.’ 매번 똑같은 내용이지만 문자를 받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마음은 큰 변화를 겪습니다. ‘마스크를 챙겨야 하나?’ ‘내가 무엇을 위해서 출근하나?’ ‘출근해서 돈 벌면 뭐하나?’ 등 마음은 싱숭생숭해집니다.

현대 문명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환경에 대한 경고는 끊임없이 나타났습니다. 그중 현재의 미세먼지와 가장 비슷한 경고는 ‘런던 스모그 사건’입니다. 1952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이 끔찍한 경고는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면서 만들어진 ‘스모그’라는 인공재해 때문이었지요. 그해 12월 5일 발생한 스모그는 엿새간 계속돼 총 1만2000여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오늘날 의복의 기원은 장식적 욕구를 반영한 ‘신체장식설’로 보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기후순응설’로 가야 하나 싶습니다. 자외선의 증가와 오존층의 파괴로 모자와 선글라스가 여름철 필수 패션 아이템이 되었죠. 수영복 또한 노출이 있는 섹시한 디자인에서 햇볕에 의한 발진과 화상을 방지하는 래시가드가 대세입니다. 감기 환자나 의료계 종사자들의 전유물이던 마스크도 이젠 길거리에서 봐도 어색함이 없습니다. 이처럼 미세먼지의 증가와 더불어 필수 아이템이 되어 버린 마스크도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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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스웨덴 청년 알렉산데르 예르트스트룀은 인도에 교환학생으로 머물게 되었다가 어릴 적 앓았던 천식이 재발해 깨끗한 공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북유럽의 맑은 공기가 소중한 자산이었음을 실감한 그는 기존 마스크와는 차별화된 고기능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모두 충족시키는 마스크인 ‘에어리넘(Airinum)’을 출시합니다. 6만∼7만 원대의 고가 필터를 갈아 끼우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지속성과 군더더기 없는 실용적인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마스크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그들의 창립 이념 또한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에어리넘 마스크를 통해 좀 더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라는 것입니다.

모자와 선글라스처럼 마스크 또한 필수 패션 아이템이 될 듯합니다.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핸드백이나 구두처럼 구입할 듯합니다. 서글프지만 공기가 더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것 같네요. 미세먼지 저감 조치로 차량 2부제와 사업장의 조업시간 변경, 가동률 조정 등이 시행된다면 패션 저감 조치로는 마스크의 착용이 시행될 테니까요.

제게 패션이 어떤 의미냐고 물으면 ‘패션은 공기와 같습니다’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공기란 살아 숨쉬어야 하는 모든 생물에 늘 필요하고, 또한 늘 주위에 있어도 존재를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처럼 제게 패션은 공기와 같습니다. 에어리넘의 창립 이념처럼 패션이라는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습니다. 마스크가 패션을 통해 저감 조치의 역할을 하겠지만 전 마스크가 필요치 않을 때 더 행복할 듯싶네요.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미세먼지#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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