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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음바페 열풍 속에 숨겨진 월드컵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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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음바페 열풍 속에 숨겨진 월드컵 비밀

동정민 파리 특파원 입력 2018-07-25 03:00수정 2018-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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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파리 특파원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은 4, 5월엔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다. 그러다 6월로 넘어가면 서서히 보라색 라벤더와 커다란 노란색 해바라기 물결로 바뀐다. 유채꽃이 더 좋다고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의 재미와 감동은 거기서 시작된다. 질 것 같지 않던 최고의 별도 시간의 흐름에 희미해져가고 새로운 별이 뜬다.

열흘 전 우승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프랑스의 거리에선 10번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 뜬 별, 19세 신예 킬리안 음바페의 유니폼이다.

프랑스는 온통 ‘음바페’ 열풍이다. 특히 파리에서 10km 떨어진 그의 고향 센생드니주 봉디에서 음바페는 그야말로 영웅이다. 봉디는 낙후되고 교육 수준도 낮은 이민자 밀집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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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이 지역에 취재를 하러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케밥 식당에 들렀다. 유럽에서 싼값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케밥 식당은 벽에 칠이 다 벗겨진 낡은 임대 아파트 사이에 있었다.

동양인을 보고 낯설어하던 주인은 ‘음바페 열풍’ 취재차 들렀다는 이야기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너무 신이 나서 들어오는 손님마다 “한국 기자가 취재를 하러 왔다”고 자랑을 해댔다. 손님들은 “독일에 통쾌한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도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더니 “음바페는 우리 지역 사람”이라고 뿌듯해했다.

프랑스의 ‘음바페 열풍’ 이면에는 소외된 지역에서 가난하게 태어나 실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성공 신화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음바페는 봉디 토박이다. 카메룬 출신의 음바페 아버지는 이 지역 축구 클럽팀 ‘AS 봉디’에서 트레이너로 일했다. 4세 때부터 ‘AS 봉디’ 스타디움에서 매일 축구에 빠져 살던 음바페는 AS 봉디 이후 프랑스 최고 클럽인 ‘AS 모나코’와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연봉 200억 원이 넘는 부자가 됐다.

돈도 ‘빽’(배경)도 없는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이 지역 아이들에게 음바페는 우상일 수밖에 없다. 동네 놀이터에는 축구선수를 꿈꾸며 공을 차고 다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축구하는 이유를 물어 보니 “수영장이 있는 큰 집에서 살고 싶어서”라고 했다.

‘노동자와 사회 복지의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도 사회 불평등은 큰 고민거리다.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다 ‘부자 대통령’으로 낙인찍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의회 국정 연설에서 “프랑스의 문제는 소득의 불평등이 아니라 운명의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신분의 사다리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번 월드컵에서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32개 팀이 참여한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제정치, 세계무역은 물론이고 올림픽까지 세계를 주름잡는 두 나라가 이런 굴욕을 당하는 곳은 월드컵 외엔 찾기 힘들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내심 전 세계 많은 이들은 프랑스보다 크로아티아를 응원했을 것이다. 끈기와 정신력으로 무장한 상대적 약소국의 통쾌한 반전을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힘의 논리’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 게 월드컵의 큰 매력 중 하나다. 공은 둥글기 때문이다. 괴롭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세계인들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한, 4년마다 영웅과 신화가 탄생하는 월드컵의 열기는 계속될 것 같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
#러시아 월드컵#음바페 열풍#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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