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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최악의 조 편성…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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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최악의 조 편성…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주간동아입력 2017-12-10 11:31수정 2017-12-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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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 ‘우리만의 것’으로 승부…‘4-4-2’ 대형과 역습 전술 다듬어야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공격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손흥민.[스포츠동아]

한국과 일본만 남았다. 한 조(F조)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고 다른 한 조(H조)는 폴란드, 세네갈, 콜롬비아. 각국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및 빅 리거 보유 수 등을 봤을 때 당연히 H조를 원했다. 하지만 요행은 없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 추첨자로 나선 이탈리아의 전설적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가 F조 종이를 골라 펴자 ‘KOREA REPUBLIC’이 화면 가득 들어찼다. 국내 TV 중계진의 탄식이 흘렀다.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도, 팬도 마찬가지였을 터다.

여기저기서 분석이 쏟아졌다. 요샛말로 ‘팩트 폭격’이 시작된 것. 아프지만 반박하기 어려운 평가가 줄을 이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재빨리 각 조 예상 순위를 발표했다. F조는 독일(82.5%), 멕시코(51%), 스웨덴(48.2%)에 이어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 확률을 18.3%로 잡았다.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 말고는 날카로운 공격수가 없다. 한 선수에게 의지하는 팀이 될 것’이라는 게 ESPN의 시각이다. 상대국이 떠올리는 한국은 1승 제물, 반드시 승점 3점을 따야 할 팀 정도다. 한국을 못 잡는 팀이 16강행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 차분한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아

역대 최악 운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00년대 흐름만 봐도 그렇다. 월드컵 역사상 첫 승을 거두고 세계에 한국 축구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시기다.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폴란드-미국-포르투갈, 2006 독일월드컵에서 프랑스-스위스-토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그리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벨기에-알제리-러시아와 엮였다. 포트 1에 해당하는 강팀은 논외로 치고, 조 2위 자리를 놓고 다퉈야 하는 게 한국 축구의 입지였다. 단, 경쟁 팀 수준을 봤을 때 이번만큼 빡빡한 적도 없다. 각국 FIFA 랭킹 순위를 합산한 단순 계산법으로는 F조가 총 8개 조 가운데 5위에 해당하나 스웨덴, 멕시코 각각이 지닌 플레이 스타일이나 메이저 대회 경쟁력 등을 따져보면 그 어느 조보다 치열하다.

독일은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강호. 러시아월드컵 포트 분류 기준으로 삼은 10월 FIFA 랭킹과 최근 발표한 11월 FIFA 랭킹에서 모두 1위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 이후 세대교체마저 완벽에 가깝게 해냈다. 20대 초·중반 연령대도 유로 2016 4강, 2017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등을 경험하면서 조직의 힘을 극대화했다.

스웨덴도 만만찮다. 프랑스에 밀려 유럽 예선을 조 2위로 마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밀어냈다. 간판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떠났어도 에밀 포르스베리 등 신흥 에이스의 저력이 굉장하다.

멕시코는 월드컵 16강 단골손님이다. 앞선 두 팀과 비교해 개인 기술이나 속도에서 빼어나다. 라틴계 특유의 유연함을 갖고 있어 한국 선수들이 낯설어할 유형이 많다. 유럽 무대 진출로 체감상 익숙할 독일이나 스웨덴 선수들보다 더 힘겹게 다가올 수 있는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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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그날과는 사뭇 달랐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일군 한국엔 자신감이 짙게 배 있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도 한몫 단단히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만난 상대는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 ‘최상의 조’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베일을 벗겨내자 처참한 패배뿐. 러시아와는 비겼으나 알제리에게 연달아 4골을 얻어맞으며 녹다운됐다. 벨기에전은 시작도 하기 전 전의를 잃었다. 한 점 차 패배였으나 더는 이렇다 할 기대도 없었다. 장거리 비행에 찌든 선수단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자 엿이 날아들었다. 한국 축구가 사망했다는 근조(謹弔) 현수막까지 나왔다.

당시보다는 한결 차분하다. 어쩌면 숙연함일지도 모를 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현 대표팀 일원으로서 내년 본선 무대에도 설 수 있는 이들 역시 “어차피 우리가 최하위다. 조 편성 상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 우즈베키스탄에 밀려 월드컵 본선행에도 실패할 뻔한 처지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성난 것을 넘어 등까지 돌린 팬심을 피부로 느꼈을 이들이다. 현 상태를 인지하고 착실히 준비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또 다른 기회다. 절체절명 위기마다 반전을 일궈낸 한국 축구의 행보를 되돌아봐도 그렇다.

관록을 쌓은 이들이 주축으로 올라섰다는 것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브라질월드컵은 박지성, 이영표 등 한국 축구를 이끌어온 기둥이 빠진 첫 월드컵이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생 선수들이 방향키를 잡았다. 젊고 패기 넘쳤지만, 자신감과 자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니 쓰디쓴 실패도 유산이 됐다. 당시 서럽게 울던 손흥민은 이제 에이스가 됐다. “브라질에서의 눈물을 기억한다”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들뜬 마음으로 경기를 망치는 일은 쉬이 나오지 않을 터다.

이탈리아의 전설적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가 12월 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한국 추첨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스포츠동아]

●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할 때

시간이 얼마 없다. 상대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단단해지기에도 여유는 부족하다. 골자는 우리만의 축구로 경쟁력을 내보일 수 있느냐는 것. 강국의 스타일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또다시 비참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마침 11월 A매치 콜롬비아전과 세르비아전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4-4-2란 한 줄기 빛을 잡고 나아갈 때다. 이를 매만져 완성도를 높이고 짜임새까지 챙겨나갈 일이다.

“어느 조든 다 어렵다.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던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발언도 이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 썼던 표현,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모습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레 겁먹고 패배감에 파묻힐 것도 아니다. 현실적인 공략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독일도, 스웨덴도, 멕시코도 한국을 상대로 최소 1골 이상이 필요하다. 득점 없이 비긴다면 치명적이다. 때에 따라 무리한다 싶을 정도의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일단 수비 조직을 잘 꾸리고 역으로 그 뒤 공간을 흔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피드가 주 무기인 손흥민의 한 방에 기대볼 만하다. 상대 공세를 버티며 진격할 기회를 엿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도 모두가 집중해 한 발 더 뛰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그림이다.

신 감독은 러시아 현지에서 열린 조 추첨식에 참석한 뒤 부랴부랴 귀국했다. 내년 3월 A매치 데이를 맞아 최정예 멤버를 소집하기 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릴 2017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과 내년 1월 유럽 전지훈련 일정 등을 앞두고 있다. 유럽파까지 불러들이진 못했어도 현 소집 인원으로 우리 것을 꾸리는 게 먼저다. 특히 K리거 등이 주축이 될 포백 수비진을 담금질해야 한다.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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