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가 직원들 2000명의 앞날 책임질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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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면허취소 여부 간담회
직원들 “취소 막아달라” 눈물의 호소… 가족들 포함 탄원서 3000장 전달

“진에어에 입사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꿈이 깨질까봐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2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면허 취소와 관련한 이해관계자 간담회가 열린 정부세종청사의 한 사무실. 진에어 직원 A 씨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들 앞에서 면허 취소를 막아달라고 호소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A 씨는 “진에어 직원의 80%가 20, 30대인데 면허가 취소되면 이들의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린다”며 울먹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진에어 직원과 주주, 국내외 협력업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면허가 취소될 경우 발생할 피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 대표로 참석한 박상모 진에어 기장은 “면허 취소로 총수 일가는 돈을 조금 잃겠지만 직원들은 전부를 잃는다”며 “국토부가 직원들의 고용을 책임져 줄 것이냐. ‘물컵 갑질’이 왜 면허 취소로 이어져 직원 2000여 명의 고용이 날아가야 하나. 자살자가 나올 수도 있는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박 기장은 이날 진에어 직원과 가족들이 직접 쓴 탄원서 3000여 장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진에어와 항공 기상 관련 정보기술(IT)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국내 항공사들은 수십 년 동안 외국에서 고비용으로 항공운항관리 서비스를 받아왔는데 진에어와 함께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국산화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여행사 관계자들도 “베트남 다낭의 경우 진에어가 들어오면서 항공권 가격이 3분의 1 정도 싸졌다. 진에어가 없어지면 팔 수 있는 항공권이 줄어들기 때문에 여행사 수익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5만 원 정도 항공권 운임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에어가 취항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공무원과 여행사 관계자들이 왔다. 이들도 “면허취소가 될 경우 한국∼일본 간 노선이 없어져서 관광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당초 항공업계는 해외투자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해 진에어 면허 취소를 강행할 경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하겠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진에어 주식 약 11.8%를 외국인이 갖고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자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날 간담회를 면허 취소 결정에 참고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사건으로 국토부 간부도 바뀌는 등 반성을 하고 있다. 오늘 간담회는 법적 절차는 아니지만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강성휘 기자
#국토부#진에어 면허취소 여부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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