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단원 동원해 은폐 시도… 조민기 “루머” 발뺌하다 들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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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나온 #미투 번지는 분노]거짓말 방관 침묵… 문화 권력의 위선

일러스트 서장원 기자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연극계에 이어 영화계, 대중음악계에서도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성폭력 관행을 묵인·방조한 문화예술계의 추악한 진실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설픈 사과와 거짓 해명으로 얼버무린 뒤 입을 닫거나 아무 언급도 없이 잠적했다.


○ 전방위로 퍼지는 ‘미투’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 성추문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안마와 유사 성행위 강요, 성폭행과 낙태에 이어 나체 공연을 강요하며 강제로 여배우의 옷을 벗겼다는 엽기적인 폭로가 나왔다.

연희단거리패 단원이었던 A 씨(여)는 2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전 감독이 공연 3시간 전 남자 분장실로 불러 전신 노출을 요구했고, 거부하자 다른 남자 배우를 부른 뒤 강제로 옷을 벗겼다. (이 전 감독이) 속옷까지 벗겼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당시 생리 중이었고, 몸을 떨며 ‘선생님 이건 아니에요’라고 반항했다”고 전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이 성희롱 문제로 영화 홍보 일정에서 배제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조 감독은 지난해 신인 여배우에게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을 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힙합 래퍼인 던말릭(문인섭·22)은 미성년자 팬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일자 공식 사과했다. 이날 던말릭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해 12월경 한 팬분을 만났다. 팬과 아티스트라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 거짓… 발뺌… 방조… 침묵

성추문보다 더 실망스러운 건 이른바 대가와 거장으로 불리던 인사들의 저열한 대응이다.

이 전 감독은 미리 단원들을 동원해 성폭행 의혹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성폭행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연출된 기자회견이라는 실체가 밝혀지자 아예 입을 닫았다. 배우 조민기 씨(53)의 처음 해명도 판박이였다. 여학생 성추행 의혹을 “명백한 루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태도를 바꿨다. 청주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열린 대학 이사회는 ‘조 씨가 성희롱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해 학생이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며 만장일치로 징계 요구안을 의결했다.

고은 시인(85)도 문단의 거장이라는 평과는 거리가 먼 대응을 했다. 그는 “후배 문인을 격려하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상한 사과를 한 후 침묵하고 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48)도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배우 오동식 씨(46)는 “1년 전 한 여성 단원이 이 전 감독을 고발하는 글을 SNS에 올리자 (김소희) 대표가 만나 원만한 타협을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 해명도, 사과도 없는 이들도 있다.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78)는 서울예술대의 교수직 해임 방침에도 아무 움직임이 없다. 이런 가운데 오 대표는 대표작 ‘템페스트’가 페루 리마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국고 지원을 받아 28일과 3월 1일 이틀간 공연을 할 계획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오 대표가 동행하면 지원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kimje@donga.com·임희윤 / 청주=장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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