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난감 화살로 친구 실명시킨 초등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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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 떼내고 화살촉 깎아… “다친다” 친구들 만류에도 발사
눈 맞자 “혼자 놀다 다쳐” 거짓말… 화살-칼 변기에 버려 증거 인멸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동급생에게 화살을 쏴 실명에 이르게 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경북지역 A초교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등에 따르면 사건은 이 학교 수학여행 중이던 7월 14일 경기 수원시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전 1시경 숙소 안에서 6학년 남학생 일부가 장난감 화살을 벽에 쏘며 놀고 있었다. 벽이나 유리창에 잘 붙도록 앞부분에 고무가 붙은 화살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B 군(12)은 친구들이 갖고 있던 화살을 가져가 고무를 제거했다. 그리고 문구용 칼을 이용해 앞부분을 깎았다.


B 군은 진짜처럼 끝이 날카롭게 변한 화살을 친구 박모 군(12)을 향해 겨눴다. 이를 본 박 군은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아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B 군은 계속 박 군을 겨냥했다. 박 군이 잠시 베개를 내린 순간 B 군은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은 박 군의 왼쪽 눈을 찔렀다.

박 군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B 군은 현장에 달려온 교사에게 “(피해자가) 혼자 활을 갖고 놀다 다쳤다”고 말하고 자신이 사용한 화살을 부러뜨린 뒤 칼과 함께 화장실에 버렸다. 박 군은 왼쪽 눈 전체가 크게 찢어져 봉합수술을 했다. 워낙 큰 부상이라 대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고 결국 수정체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아직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군은 다문화가정 자녀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고 베트남 출신 어머니는 최근 이혼 후 고국으로 떠났다고 한다. 현재는 할머니가 박 군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폭위는 B 군의 행위에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학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B 군의 부모는 학폭위 등에서 “아이가 고의로 화살을 쏜 게 아니라 벽이 뚫리는지 궁금해 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학교 관계자는 “B 군이 일부러 박 군을 향해 쏜 건 아니라고만 밝혀 다른 이유는 알기 어려웠다”며 “다만 B 군이 평소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행위를 몇 번 했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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