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 규모, 원전2기 분량 감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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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심의위, 8차 수급계획 초안
2030년 적정 전력예비율 20∼22%… 현재 22%에서 최대 2%P 낮춰
전문가 “전력수급에 혼란 가능성”

발전소 고장 등에 대비해 여유 있게 준비하는 발전설비 규모를 원자력발전소 2기 분량만큼 줄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력 생산 차질이라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추가 발전 설비를 두는 ‘적정 설비 예비율’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설비 예비율이 낮아지면 그에 맞춰 원전, 화력발전소 등을 당초 계획만큼 많이 늘릴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탈(脫)원전 논리에 맞춰 예비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정책심의위원회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수급계획 설비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30년의 적정 전력 설비 예비율을 20∼22%로 전망했다. 적정 설비 예비율은 전력수요가 100이고, 적정 예비율이 22%라면 전기 설비를 122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6, 7차 수급계획 당시 적정 예비율은 22%였다. 최종안은 연말에 확정된다.

심의위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돼 예비율을 높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계획예방정비 등을 꾸준히 받아야 해, 평균 가동정지 기간이 화력발전보다 길다. 원전을 다른 발전으로 대체하면 예비율을 그만큼 줄여도 된다는 게 심의위의 주장이다.

지난달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력) 수요 전망 워킹그룹’은 2030년 전력 수요를 101.9GW로 예측하며 2년 전에 전망한 113.2GW보다 10%(11.3GW)가량 낮춰 잡았다.

전력 수요 전망치를 낮춘 데 이어 전력 설비 예비율도 하향 조정하면서 신규 발전소 건설 부담이 줄어든다는 논리가 완성된 셈이다. 이를 두고 새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인위적으로 꿰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심의위는 “예비율이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약 1GW 규모의 원전(4조5000억 원)을 짓지 않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비율을 2%포인트 낮췄으니 원전 2기와 건설비용 9조 원을 절감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탈원전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전기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야 등의 산업이 커질 텐데 최근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과소 예측한 경향이 크다”며 “설비 예비율을 줄인 상태로 전력 사용량이 늘면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건설 재개를 원하는 ‘한국원자력산업회의’와 ‘한국원자력학회’ 관계자들과 11일 간담회를 진행했다. 건설 재개 대표 측은 공론화위에 공론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팩트체크위원회’를 운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발전설비#원전#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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