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일단 2주 뒤로 미뤄졌지만…“‘노딜’ 가능성 더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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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발동 시한을 2주 연기하는데 합의하면서 일단 3월 ‘노딜(No-deal) 브렉시트’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향후 노딜 브렉시트의 위기는 더 커졌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8시간 토론을 진행한 후 영국 하원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EU의 합의안이 통과되면 브렉시트 발동 시한을 5월22일까지, 부결될 경우에는 4월12일로 정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확정했다.

메이 총리도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EU의 제안을 수락한다”며 “이제 영국 하원 의원들은 명확한 선택지를 가졌다”고 말했다. 영국은 4월12일 전까지 노딜로 EU를 떠나든가, 합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다만 영국이 5월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결정할 경우 장기간 연기도 논의될 수 있다.

브렉시트 발동 시한은 2주 미뤄졌지만 노딜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어차피 EU가 이제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며 “EU는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으며 ‘노딜’로 불리는 브렉시트 합의의 부재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한 정상은 “메이 총리가 진짜 노딜 시나리오를 심각하게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 놀랐다”는 반응도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장관들은 노딜의 위기가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가 정신이 나간 채 달려가는 듯한 분위기라며 우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영국에 사는 스페인 시민과 스페인에 사는 영국인들은 정부가 노딜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 EU 정상은 메이 총리에게 “영국은 아픈 환자이며, 위태로운 의회 국가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정상은 “메이 총리가 영국 하원에서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 그 다음 계획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EU가 대안을 제시하기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의회 사이트에서는 브렉시트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에 20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영국 의회 청원위원회는 21일 청원 사이트가 한동안 다운되자 트위터에 “브렉시트 취소 청원에 서명이 늘어나는 속도는 그동안 사이트에 올라온 어떤 청원보다 빨랐다”고 전했다. 1분에 2000명에 달하는 서명자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 의회는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는 청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토론 개최를 검토해야 하지만 취소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메이 총리의 대변인은 “총리는 브렉시트 취소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취소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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