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핵화 팽개친 미사일 기지… 그래도 北 대변하는 靑 대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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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폐쇄를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이외에 보고되지 않은 미사일 기지들을 계속 운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이 북한 전역에 분산 배치된 최소 13곳의 미사일 기지를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해 발표했다. 앞서 올여름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실험만 멈췄을 뿐 핵물질과 미사일 생산은 계속하고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더 커지게 됐다.

사실 CSIS가 공개한 북한의 미사일 기지들은 한미 양국 정부가 군사위성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함구해온 내용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북의 미사일 위협이 사라졌다”고 수없이 공언해 왔으나 식언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미 민주당에선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북-미 회담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분간 미국 내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핵협상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사일 기지 공개가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어제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은 미사일 기지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고,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 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미국 싱크탱크와 언론의 북한 관련 발표·보도 내용을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그것도 북한이 내놓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강한 톤으로 반박한 것도 모양이 이상하지만, 그 내용도 논리적으로 궁색하다.

북한이 미사일 기지 폐쇄에 관한 공개 약속이나 협정을 맺은 적이 없음을 몰라서 미 전문가들과 언론이 문제를 삼는 게 아니다. 비밀 미사일 기지 운용 사실이 중요하고 우려스러운 것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약속했다는 대전제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미사일 및 핵물질의 추가 생산은 당연히 중단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비밀 미사일 실험장 운용 같은 행태는 북한을 다시 고립 속으로 몰아넣고 제재 해제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행위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북한 미사일 기지#북미 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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