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쓸모없는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진정성 논란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3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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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 중”이라고 한 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필요가 없어져 폐기하는 것을 비핵화 초기 조치처럼 포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엔진 시험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 개발을 위해 지상 연소 시험을 해온 평안북도 동창리 시험장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곳에서 2016년 4월과 9월, 지난해 3월 ‘신형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실험’이라고 일컫는 액체 엔진 연소시험을 실시했다. 군 당국은 이 곳에서 수 차례 다른 실험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은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의 추력을 내는 ICBM용 엔진, ‘백두산 로켓’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실험으로 엔진 최종 완성에 성공하자 북한은 ‘3·18혁명’이라며 대대적으로 자축했다.

북한은 이 엔진을 토대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ICBM 사거리를 갖춘 화성-14형과 화성-15형도 완성했다. 화성-15형은 사거리가 1만3000km에 달했다. 북한이 ICBM 엔진 기술을 고도화한 끝에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추력을 내는 엔진을 확보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추가 시험 없이도 언제든 ICBM 엔진을 양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시험장을 폐기하는 것일 뿐이란 지적이 있다. 6차 핵실험까지 마친 만큼 더 이상 실험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지난달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이벤트를 한 것과 비슷한 것으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북한이 마지막으로 확보해야 하는 ICBM 기술인 탄두 재진입 기술 등은 엔진 실험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험발사를 거쳐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엔진 실험장 폐기는 비핵화와는 동떨어진 조치이고 ICBM 동결로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검증 방식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혼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맡기기보다는 미국과 관련국들이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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