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VS 볼턴…대이란 정책 놓고 거세지는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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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9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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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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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란 정책을 놓고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두 축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방법을 놓고 이견을 표출하면서 신경전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외교정책 참모인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갈등으로 중동의 운명도 같이 흔들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상대적으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볼턴 보좌관은 ‘최대 압박’을 고수하며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던 ‘12만 병력의 중동 파견 검토’는 이란에 대응할 더 많은 옵션을 검토하라는 볼턴 보좌관의 요구에 따라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보고했던 군사적 대응방안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정부와의 대화 의사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폴리티코는 “폼페이오 장관 밑에 있는 브라이언 훅 이란 담당 특별대표가 볼턴 보좌관 측과의 갈등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도 두 사람의 갈등을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한국 등 8개국에 대해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의 예외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당시 훅 대표가 연장을 추진하자 볼턴 보좌관 측에서 “훅 대표의 대응이 약화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흘리면서 방해공작을 폈다는 것. 결국 이란 제재는 예외 없이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볼턴 보좌관이 부처 간 협의를 위한 회의를 거의 열지 않고 독자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정책을 협의하는 것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전임자들이 관련부처 장관들로부터 “회의를 너무 많이 한다”는 불평을 샀던 것과 정반대로 정보 공유나 협의 절차를 거의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볼턴 보좌관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은 앞서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매파 국가안보 참모들에게 짜증(irritation)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심기가 불편해진 그는 최근 백악관 외곽의 자문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쟁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바레인 정부는 19일 안전을 이유로 이란,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또 불안정한 정세와 위협 증가 등을 이유로 이 두 나라로 여행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도 이라크 남부 바스라 주의 서(西)쿠르나-1 유전에서 엔지니어 직원 30여 명을 철수시켰다. 앞서 16일에는 미연방항공국(FAA)이 노탐(NOTAM·정부가 안전운항 관련 업계에 알리는 통지문)을 통해 최근 걸프 해역을 운항하는 민간 항공기에 대해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걸프국가들이 미군의 역내 배치를 승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럽 내 아랍어 신문 알샤르크-알아우사트에 따르면 미군의 배치는 해상과 육지에서 모두 이뤄지며, 구체적인 병력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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