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실세 2명의 ‘존’, 트럼프 앞에서 욕설 써가며 고성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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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실장(오른쪽)과 볼턴 보좌관. 사진 출처 노동신문
켈리 실장(오른쪽)과 볼턴 보좌관. 사진 출처 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존 켈리 비서실장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욕설과 고성을 섞어가며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뉴스는 이날 “켈리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비속어가 섞인 논쟁을 벌였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언쟁은 키어스천 닐슨 장관이 이끄는 국토안보부의 이민자 및 국경 단속 문제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닐슨 장관을 비난했고, 켈리 실장은 그를 두둔하며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닐슨 장관은 켈리 실장이 국토안보부장관으로 일할 때 부장관을 지낸 최측근으로 이민정책을 두고 백악관과 마찰을 빚어왔다. CNN은 “두 사람이 9월 미국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 가족의 숫자가 월간 기준 역대 최고라는 정부 보고서가 나온 뒤 이민 정책을 두고 충돌했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경 단속에 적발된 이민자 가족은 1만6658명으로 7월보다 80%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불법 이민자가 돌아가지 않으면 “멕시코 국경을 폐쇄하고 군인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달 6일 중간선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암살,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불거진 백악관 내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언쟁이 너무 격렬해 다른 백악관 보좌관들이 둘 중 한 명은 곧장 사임하지나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N 기자와 만나 볼턴 보좌관과 켈리 실장의 충돌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언쟁을 알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볼튼 편을 들었고 이는 켈리가 백악관을 곧 떠날 것이라는 관측을 다시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CNN도 소식통을 인용해 “충돌이 시작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전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성격을 제어하는 ‘백악관 내 어른들’ 중 한 명으로 꼽혔다. 14개월여의 재임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도 끊이지 않고 흘러 나왔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켈리 실장이 7월 직원들에게 2020년 선거까지 머물러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했다고 말한 바 있으나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뒤에는 행정부에 대한 장악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켈리 실장이 모든 관료들에게 자신에게 먼저 보고할 것을 요청했지만 볼턴은 대통령에게 직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도 이날 두 사람의 언쟁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서로에게 화를 내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불법이민) 위기 해결을 위해 우리를 돕지 않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실패에 분노한다”며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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