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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커 “유럽 운명 우리 손으로”… EU 주권강화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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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커 “유럽 운명 우리 손으로”… EU 주권강화 공식화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8-09-13 03:00수정 2018-09-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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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겨냥 대서양 동맹 탈퇴 시사
불법난민 막는 국경 순찰대 병력… 2020년까지 1만명으로 증원
“국가주의 배격” 극우부상에 경고

“유럽의 주권을 위한 시간이 왔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할 때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독립적인 EU 주권 강화’를 향후 EU가 걸어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EU 주권’을 강조해 왔다. 이날 융커 위원장의 발언은 EU 주권 강화를 공식화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융커 위원장은 “어제 말했던 단어들이 오늘도 유효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오래된 동맹이 내일도 동맹일 것이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넘게 이어 온 미국 중심의 대서양 동맹으로부터 사실상 독립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나는 이기적인 일방주의에 찬성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항상 다자주의의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호주의를 앞세워 다발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융커 위원장은 EU 주권 강화를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EU가 그동안 조심스러워했던 국방 통합을 꼽았다. 그는 “유럽이 정치·경제·군사적인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나는 큰 저항에도 불구하고 2014년 초부터 국방 통합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몇 달간 유럽 국방펀드 조성을 위해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가 완전히 작동할 수 있도록 밤낮으로 일할 것”이라며 “강하고 통합된 유럽만이 테러와 기후변화 등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시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군 창설을 통한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구축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융커 위원장은 반(反)EU 극우세력들과의 정면 승부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선하고 다른 사람을 배척하지 않는 애국주의를 껴안아야 하지만 증오와 파괴로 이끄는 국가주의는 배격해야 한다. 제어되지 못한 국가주의는 독과 사기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애국주의는 유럽 전체와 개별 국가 양 측면을 봐야 하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격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극우 진영을 비판했다.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EU 주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EU 국경과 해안가에 현재 1500명 수준인 국경 순찰대를 2020년까지 1만 명으로 늘리고 불법 이민자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 우리는 숙련된 이민자가 필요하고 (난민 유입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유럽 내부에 국경을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 결단력 있는 조치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난민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융커 위원장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때까지 우리는 유럽이 동서, 남북, 좌우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유럽 주권의 씨앗을 다 함께 심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EU 성향 극우세력의 의회 진출을 막기 위한 한판 승부를 예고한 발언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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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트럼프#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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