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 포기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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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방문 이후 평화협상 중재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중동으로 떠난 첫 해외순방에서 이-팔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며 2014년 이후 중단됐던 평화협상을 다시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쿠슈너 선임고문이 장인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보고서에 협상 중재 가능성과 더불어 협상에서 발을 빼는 게 더 나을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길 거라고 영국 런던 소재 아랍 일간지 알-하야트(Al-Hayat)가 팔레스타인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21일 평화협상 중재를 위한 사전답사 차원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당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과의 만남에서 강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매체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자에 따르면 쿠슈너 선임고문이 이스라엘 국경지대 경찰과 군인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인 가족들에 대한 자치정부의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압바스 수반이 격하게 화를 냈다. 이-팔 접경지역에선 이스라엘 병력을 향한 팔레스타인인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16일 예루살렘 외곽에서 이스라엘 여경이 팔레스타인 3인조 남성의 칼에 찔려 숨진 사건에 대해 압바스 수반이 규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스라엘 방문 당시 여경 가족을 방문해 위로했었다.

트럼프 정부는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에 친화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압바스 수반이 만남을 거부한 점에도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쿠슈너 선임고문이 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 고문처럼 말하며 이스라엘 편만 들었다고 비판했다고 알-하야트는 전했다. 팔레스타인인 공격자들 가족에 대한 지원 이슈도 이스라엘이 협상 재개를 피하기 위한 핑계로 이용하는 것인데 미국이 그대로 받아 언급했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차례 이-팔 협상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만큼 쿠슈너 선임고문의 중동 방문 보고서만으로 협상 중재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다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백악관 핵심 실세인 쿠슈너 선임고문의 팔레스타인 방문 이후 협상 중재 중단이 언론에 언급될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점으로 보아 향후 중재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미국의 중재가 필수적인 팔레스타인은 다음달 워싱턴에 대표단을 파견해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트럼프#이스라엘#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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