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슬림 손잡고 극단주의 척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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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무슬림’ 180도 바꿔 환심사기
사우디서 아랍-이슬람-美정상회의
IS-알카에다 -이란 ‘공통의 적’ 규정… 민주주의 인권 등 ‘민감 발언’ 자제
두번째 순방국 이스라엘로 이동… 23일 ‘이-팔 평화협상 밑그림’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권을 향해 손을 내밀며 협력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미국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이슬람의 공통의 적인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척결을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평화의 종교라며 이슬람권 국가가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선봉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반(反)이슬람 이미지를 지우고 55개국 수니파 이슬람권 지도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대선 과정에서 이슬람은 증오의 종교라며 무슬림을 싸잡아 테러리스트로 비난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트럼프는 33분간의 취임 후 첫 해외 연설에서 이슬람권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역사의 위대한 실험’이라고 치켜세웠다. “강의를 하거나 미국식 삶에 대해 말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슬람권에 주문했던 민주주의, 자유, 인권 같은 민감한 가치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연설문 초안을 5번이나 바꿨고, 워싱턴에서 리야드로 비행하는 14시간 동안에도 연설문을 고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를 첫 해외 순방국으로 정한 것은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아랍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가 말하는 극단주의는 IS,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뿐 아니라 수니파 국가들의 주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도 포함돼 있다. 그는 극단주의와의 싸움을 서로 다른 신념이나 문명 간 대결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이란이 입에 담지도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도우며 지역안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달래기’를 마친 트럼프는 중동 최대 현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재자로 옷을 갈아입었다. 22일 두 번째 순방국인 이스라엘로 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잇달아 만나는 일정을 택했다. 이어 23일 오후 2시 예루살렘의 이스라엘박물관을 방문해 이-팔 평화협상의 밑그림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트럼프#이슬람#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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