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대피소’ 관심 쏠린 日… 가정용도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자민당, 기업-개인에 보조금 검토
지자체도 대피시설 정비 나서… 가정용, 콘크리트로 핵폭풍 차단

지하 매설형 셸터. 폭발에 견디고 외부의 방사성물질을 걸러내 주며 물과 식료품 비축 공간, 간이화장실 등 생활에 필요한 기능이 갖춰져 있다. 월드넷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지하 매설형 셸터. 폭발에 견디고 외부의 방사성물질을 걸러내 주며 물과 식료품 비축 공간, 간이화장실 등 생활에 필요한 기능이 갖춰져 있다. 월드넷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에서는 방사성물질로부터 몸을 지키는 ‘핵 셸터(피난시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15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미사일 문제 대책본부’ 모임에서는 공공용 핵 셸터 마련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 정부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으로 피난을 지시하지만 주민들로부터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문의가 이어진다는 것. 피난소로 쓰이는 지하시설을 제공하는 기업과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나 신축 주택에 셸터를 설치할 경우 우대 조치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아예 독자적으로 셸터 정비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정은 폐쇄된 철도용 터널을 셸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 중이다.

못미더운 행정에 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가정용 셸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시즈오카(靜岡)현의 셸터 판매회사 ‘아스 시프트’사에는 연간 1, 2건에 불과하던 견적 문의가 지난해부터 10여 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연말까지 20기 이상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셸터는 지하에 설치하는 것부터 방 하나를 셸터로 사용하는 타입까지 다양하다고 18일 산케이신문이 소개했다.

오사카(大阪)의 ‘셸터’사가 판매하는 지하 설치 타입을 보면 입구는 폭풍이나 열을 막는 콘크리트 내폭(耐爆)문과 내부로 이어지는 내압(耐壓)문의 이중 구조다. 두 개의 문 사이에는 오염된 외부 공기가 침입하는 것을 막는 ‘에어록 실’이 있다. 생활공간은 침대나 간이화장실 외에 식품 비축실과 옥외로 이어지는 비상용 탈출구를 갖췄다. 벽에는 바깥의 공기에서 방사성 물질을 흡착, 제거할 수 있다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됐다. 이 같은 지하형은 설치에 약 3개월 걸리고, 비용은 1300만∼1500만 엔 정도 든다.

이보다 간단하게 공기청정기를 방 하나에 설치하는 ‘일실형’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공기청정기는 에어컨처럼 생긴 이스라엘제 ‘레인보 36V’가 가장 많이 쓰인다. 3∼4평 넓이의 방에 사용 가능하며 1대 가격은 280만 엔으로 약 1시간이면 설치 공사가 끝난다. 미사일이 가까이에 떨어질 경우 핵폭풍 등은 막지 못하지만 필터로 방사성물질, 세균, 독가스를 99% 이상 제거한다. 쉴 새 없이 정화된 외부 공기를 가져와 내부 기압을 높여 작은 틈새에서도 유해물질이 들어오기 어렵게 했다.

판매 회사인 월드넷 인터내셔널(도쿄)에 따르면 3월까지는 월 1, 2건의 문의가 있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회에서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넣어 쏠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4월부터 약 50건으로 급증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핵 대피소#핵 셸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