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헬멧’마저… 시리아 엑소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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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점령지역서 민간인 구조활동… 5년간 어린이-노인 등 12만명 구해
2016년 노벨평화상 후보 오르기도
남서부 반군지역 정부군 장악에 422명 요르단 대피… 일부는 잔류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인류 전체를 구하는 것이다.’

이슬람 경전 꾸란의 한 구절을 구호로 삼고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민간인 구조 활동을 벌여온 ‘하얀헬멧’ 대원 422명이 요르단으로 대피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남서부 반군 지역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하얀헬멧’ 대원들의 안전마저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민간구조대 하얀헬멧은 내전 기간 반군 장악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벌여 왔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22일 “미국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의 요청으로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하얀헬멧 대원과 가족들을 구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조치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요르단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남서부 지역에 고립됐다가 대피한 422명의 하얀헬멧 대원들은 당분간 요르단에 머물 예정”이라고 밝혔다. 라에드 살레흐 하얀헬멧 대표도 한 인터뷰에서 “위험 지역에 포위됐던 사람들이 안전하게 요르단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정부군의 공습과 포격 등으로 부상당한 민간인을 구조해온 하얀헬멧의 공식 명칭은 시리아 민방위대(Syria Civil Defense)다. 내전으로 시리아 곳곳이 아비규환 상태에 빠지자 생존자를 찾고, 실종자를 수색하는 등의 일을 하기 위해 나섰던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뭉친 일종의 연합체다. 시리아 전역에 120여 개 센터를 두고 3000여 명이 활동해 왔다. 하얀색 헬멧을 쓰고 구조 활동에 나서 SCD보다는 하얀헬멧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대원 대부분은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체육교사나 목수, 고등학생 등의 평범한 시민이었다. 터키가 구조 훈련을, 미국 등은 예산을 지원했다. 여러 국제 비영리기구도 이들에게 구급약 등 구호물품을 후원했다.

2013년 조직된 하얀헬멧이 구한 민간인 수만 약 12만 명.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맨손으로 파헤치며 어린아이와 노인 등 민간인을 구해왔다. 한번 폭격한 곳에 구조대가 몰려들면 몇 분 뒤 다시 폭격하는 시리아 정부군의 ‘더블 탭’ 폭격으로 구조 활동 중 숨진 대원도 적지 않다.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한번에 7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는 등 지금까지 최소 250여 명의 대원이 숨졌다. 이들은 구조 활동뿐 아니라 전쟁을 기록하는 역할도 맡아왔으며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대원 전부가 시리아 밖으로 탈출한 것은 아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한 하얀헬멧 대원은 “시리아가 나의 조국이고, 시리아 국민은 이곳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며 시리아에 남아 구조 활동을 계속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시리아#하얀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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