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마음을 읽어라”… 안방-거실 꾸며놓고 관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LG유플러스 ‘UX개발센터’ 가보니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미러룸’(거실 벽면 쪽)이 붙어 있는 사용자 경험(UX) 연구용 모델하우스에서 TV 콘텐츠를 고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미러룸’(거실 벽면 쪽)이 붙어 있는 사용자 경험(UX) 연구용 모델하우스에서 TV 콘텐츠를 고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홀로 남겨질 아버지에게 비디오 조작법을 알려주며 애를 먹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의 장면을 지금 리메이크한다면…? 비디오플레이어보다 훨씬 복잡한 주문형 비디오(VOD)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느라 진땀을 흘렸을 법하다. 인터넷TV(IPTV)가 보편화되면서 단순히 채널과 볼륨만 조절하던 리모컨은 각종 VOD와 OTT, 오락 및 교육 콘텐츠 등을 넘나드는 ‘관문’이 됐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쉽고 편하게 찾아보도록 하는 ‘사용자 경험(UX)’이 유료방송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UX는 본래 가전이나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개념이었지만 IPTV 시대에는 TV 접근성을 높일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접목된 콘텐츠여도 접근하기 쉽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PTV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는 UX에 비교적 빨리 눈을 떴다. 지난 1년 동안 1, 2위 통신사보다 10만 명 더 많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원동력도 UX였다. 지난해 8월 UX 차별화를 위해 서울 용산구에 마련한 ‘비밀의 방’이 숨은 공신이었다. ‘○○리서치’라는 위장 간판을 단 사무실 안에 거실과 부엌, 안방과 아기 방이 딸린 가정집을 그대로 재현한 모델하우스를 만들었다. 일반인 실험자들이 자유롭게 TV를 보는 모습을 거실 건너편 미러룸에서 관찰하고 UX 개선점과 아이디어를 짜냈다.

실제 경험에서 뽑아낸 디테일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정한 시청 횟수가 차면 노란 곰 캐릭터가 나와 “이제 그만 보는 거야”라고 안내하는 시청 지도와 TV 화면 메뉴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화면 하단에 배치한 것도 관찰의 결과였다. 책 읽어주는 TV는 타깃인 미취학 아동에게 맞게 글보다는 그림과 내레이션 위주로 꾸몄다. IPTV UX는 집 안 전체와 가상현실(VR)까지 확장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점유율 1위(70%)인 홈IoT(사물인터넷) 경쟁력과 LG 가전과의 연동을 무기로 콘텐츠별 시청환경 전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IPTV를 스피커, 커튼, 조명 등의 기기들과 연결해 영화나 콘서트 등 콘텐츠 맞춤으로 사운드 및 조명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시청 흐름을 방해하는 청소기 동작을 멈추는 것이 가능하다.

음성 인터랙션(상호작용)도 주요 UX 요소로 부상했다.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는 AI 및 음성 UX 전문가들과 6개월간 개발한 ‘말귀 알아듣는 AI 리모컨’을 최근 출시했다. VOD 조작법을 몰라도 리모컨 호출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심심한데 뭐 볼까” “재미있는 프로그램 틀어줘” 등 명령에 감정 상태와 시청 이력을 분석해 자주 보던 채널이나 보다만 VOD 등을 찾아 대령한다. 음성 UX는 실버세대나 장애인의 콘텐츠 접근성 개선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직접 그린 그림이나 아이 모습이 TV 화면으로 들어가 콘텐츠와 섞이는 AR 내 UX도 새로운 숙제다.

김지혁 LG유플러스 UX센터장(상무)은 “2, 3년 안에 AI에게 뭘 틀어 달라는 명령을 넘어 ‘10분 전으로 돌려줘’ ‘칼싸움 장면 보여줘’처럼 제어 수준이 디테일해질 것”이라며 “과거에는 기술에 UX를 맞췄다면 이젠 UX가 새로운 기술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lg유플러스#ux개발센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