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中 IT창업 열풍이 BAT 혁신의 밑거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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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술 혁신 주도하는 中 빅3의 경영전략

최근 중국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과 미국의 AI 기술을 비교한 ‘2017년 중국 인공지능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스타트업의 23%가 중국에 있다. 중국이 지난해까지 AI 기술에 투자한 누적 금액도 총 635억 위안(약 10조8000억 원)에 달한다.

바이두(百度),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Tencent)의 영문이름 앞 글자를 따 ‘BAT’로 불리는 중국의 3개 기업이 이 흐름을 주도한다. 중국 내 AI 관련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미국에도 연구소를 세우는 등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알리바바는 올 1월 미국 스탠퍼드대가 주최한 AI 문장독해력 대회인 ‘SQuAD(Stanford Question Answering Dataset)’에서 1위를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BAT는 각각 자율주행, 전자상거래, 금융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미국 선도기업과 비교해도 경쟁 우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많은 중국의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가운데 BAT는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247호(4월 2호) 스페셜 리포트로 중국 기업의 혁신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글로벌 AI 기업 지향하는 BAT

BAT 중 AI 기술 개발에 가장 먼저 나선 기업은 바이두다.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바이두는 더 이상 인터넷 기업이 아닌 AI 기업”이라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술 생태계’다. 지난해 4월 선보인 개방형 플랫폼인 아폴로(Apollo)가 대표적인 예다. 바이두는 아폴로를 통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및 기술을 파트너사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 바이두는 아폴로 플랫폼 내에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중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많이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AI를 활용해 중국을 넘어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신유통 전략’을 통해 2020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1조 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신유통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고,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을 융합한 신개념 유통 서비스다. 알리바바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무인 편의점 타오카페(Tao Cafe)에는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결제까지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재고관리를 해주는 시스템도 적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15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각국에 AI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R&D)센터인 ‘DAMO 아카데미’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10월 발표하기도 했다.

텐센트는 BAT 중 가장 뒤늦게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잠재력은 어느 기업보다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 사용자 수가 10억 명에 달하는 텐센트의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인 위챗(Wechat) 덕분이다. 텐센트는 위챗에 게임, 영화와 같은 콘텐츠는 물론이고 온·오프라인 상점들까지 연계해 사용자들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또 위챗의 화상 및 음성 채팅 서비스를 활용해 원격 의료서비스 및 건강진단을 해주는 의료 플랫폼도 상용화하고 있다.

○ 중국 혁신에 힘 보태는 창업 생태계

중국 내에 거세게 불고 있는 ‘창업 열풍’은 BAT가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 내 인재들은 물론이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한 해외파 인재들까지 창업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BAT와 벤처캐피털, 성공한 창업가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선정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내 차량 공유서비스 시장을 장악한 디디추싱(滴滴出行), 급성장하고 있는 음식배달 서비스 메이퇀뎬핑(美團点評),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 자전거 공유서비스 업체 모바이크(Mobike) 등도 풍부한 투자금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이런 건강한 생태계를 토대로 올해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소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창업기업이 164개로 늘었다.

BAT는 자사 출신 직원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것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바이두에서 일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엔지니어들도 창업을 통해 중국 내 AI 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자율주행 플랫폼 업체인 ‘Pony.ai’를 설립한 펑쥔(彭軍) 대표도 바이두에서 AI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다가 2016년 말 창업에 나섰다. 그가 만든 회사는 창업 후 불과 6개월 만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에 성공했고 올 2월에는 중국 최초로 일반 시민을 태우고 광저우(廣州) 시내 도로에서 진행한 자율주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펑 대표는 “많은 인재들이 BAT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다시 BAT와 협업하거나 경쟁하면서 창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일조한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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