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소득주도성장 수정 열려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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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순 없지만 매일 이유도 없어”, 고용재난에 정책순위 조정 나서

‘고용 쇼크’ 이후 청와대가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서서히 전환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소득주도성장’을 후순위로 두고 규제혁신 등 혁신성장에 확실한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소득주도성장의 방향 수정은 열려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가는 건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자체에 매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지만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이제까지 해왔던 것을 필요하다면 개선,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들을 손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어 연말부터는 고용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밝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김동연 “근로단축, 신축적 개선할 문제” ▼

청와대는 명시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폐지하지 않고 부작용 보완에 나서는 한편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총리도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보완과 관련해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신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처벌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하거나, ‘주 52시간’ 적용 대상을 더 좁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용 쇼크’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인상이 결정된 탓에 세금으로 인상분을 지원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 같은 경제정책의 변화 기류는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입안한 홍장표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교체할 때부터 감지됐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최근 ‘3대 정책기조’(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설명할 때 외에는 소득주도성장의 명시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는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적폐청산 어젠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제1 국정기조로 적폐청산을 강조했지만, 올해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고 있다. “철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지지층인 진보 진영의 반대에도 규제혁신 드라이브에 나서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까지 명시적으로 전면 폐지할 경우 지지층의 반발과 이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방향 전환에 따라 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의 역학관계도 자연히 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장 실장에게 소득주도성장을, 김 부총리에게 혁신성장을 각각 맡겨 놓았다. 여권 관계자는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등을 보완하는 ‘수습’의 역할을,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아이템을 발굴하고 현실화하는 ‘개척’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수습과 개척의 성과에 따라 두 사람의 향후 거취가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소득주도성장 수정#고용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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