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에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 제기 안했다…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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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해 봤자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 대표단은 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중국의 무역 보복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사드 보복 문제를 거론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WTO 서비스무역이사회는 금융, 유통, 관광 등에 대한 회원국들의 조치와 협정문 이행 상황 등을 다루는 의사 결정기구다. 공식 제소가 아니라 조사 등 후속 행정 절차를 밟진 않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당초 산업부는 지난달 13일 ‘제13차 한중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WTO에 사드 보복 철회 촉구를 거론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 결정을 포함해 유통, 관광 분야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제재 조치를 문제 삼기로 했다.

하지만 TF 회의 다음 날 청와대가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 협력 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WTO에서의 문제제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밝힌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중국과 갈등을 키우는 게 한반도 안보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중국의 보복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한국이 확보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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