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기사 500개 선플로 돌려”…판결문으로 본 김경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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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31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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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완전 장악”“작업량, 대선보다 절반” 보고받아
드루킹 “기자 만나겠다” 협박하자 면담 날짜 잡기도

김경수 경남지사. © News1
김경수 경남지사. © News1
1심에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52)에 대해 법원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50)에게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 조작을 지시한 정황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의 판결문에는 이런 정황들이 자세하게 기재됐다.

31일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년4개월 동안 1주일마다 ‘온라인 여론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김 지사에게 보고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도 다수 제시됐다.

2016년 12월28일 김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김 지사에게 “3대 포털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700명까지 충원이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킹크랩 완성도는 현재 98%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2017년 4월14일에는 “현재 킹크랩은 100대까지 충원, 하루 작업 기사량은 300건을 돌파했으며 24시간 운영하며 네이버 등 3대 포털과 17개 대형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총 750명”이라는 메시지를, 6월2일에는 “청문회 방어 위주로 선플운동을 전개 중이며 작업 기사량은 대선 당시(500개/일) 평균의 절반 정도(250개/일)”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지시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면, 김씨는 도대체 왜 이런 댓글 작업 현황을 보고하는 문체로 작성해 김 지사에게 정기적으로 보냈냐는 게 법원의 의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 작업을 승인하고 계속하도록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 News1
‘김경수 경남도지사. © News1
김 지사가 보낸 기사 인터넷 주소에 대해 김씨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다수 발견된 점도 김 지사가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배경이 됐다. 2017년 6월11일에는 김 지사가 기사 주소를 보내자 김씨는 “경인선은 이번주 금요일까지 일주일간 휴가를 줬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동안 댓글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다.

작업이 완료되면 김씨는 김 지사에게 해당 기사 목록을 정리해 보고했다.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1년6개월 동안 김씨 측이 김 지사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송한 기사의 수는 총 8만건이다. 작업 대상 기사는 2017년 1~3월에는 하루에 100여개였지만, 4월부터 대선 직전까지는 하루에 500개로 급격히 늘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2017년 4월21일 김 지사에게 “하루 450~500건의 기사를 선플로 돌려놓고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정보보고를 보내기도 했다.

김 지사가 김씨와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갑자기 삭제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점도 판결문에 적시됐다. 2018년 2월9일 김 지사는 김씨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고 김씨와 대화한 텔레그램 방을 삭제했다.

그로부터 3일 전인 2월6일에는 댓글 알바 관련 기사들이 보도됐고, 2월8일에는 김 지사에게 김씨를 소개해 준 구모씨가 김 지사에게 “의원님 텔레 남겼습니다.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지사는 당시 ‘댓글 알바’ 기사를 보고 곧바로 김씨가 행한 범행이라는 점을 알아차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도지사실 앞 복도. © News1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도지사실 앞 복도. © News1
김 지사가 텔레그램 방을 삭제한 날, 김씨가 보낸 협박성 메시지도 눈에 띈다. 김씨는 이날 밤 9시5분 김 지사의 보좌관에게 “김 의원님과 제 관계는 이미 1년4개월 이상 이어져 왔고 꼬리를 자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오늘 제 사무실로 기자들이 찾아왔더군요. 자주 보게 되면 정 들게 될 것 같습니다. 월요일에 답이 없으시면 기자들이랑 점심이나 먹어야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이 메시지를 받고 보좌관을 통해 김씨에게 월요일까지 답을 주겠다고 전하고, 면담 일정을 재조정했다”며 “당시 김씨가 단순히 선플운동을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사람이 취한 태도로 보기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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