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이 노태강 사직 강요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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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1심 선고]재판부, 부당지시 혐의만 인정… 박근혜 前대통령 재판에 어떤 영향 줄지 관심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 등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1심 선고는 아직 심리가 끝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재판 결과를 예측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김 전 실장을 포함해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 사실이 박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 등과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므로 그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 역할이 다른 재판부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57·현 문체부 2차관)에게 사직을 요구한 게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직업공무원 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내렸고, 김 전 비서관이 이를 그대로 따랐다”며 두 사람을 공범 관계로 봤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노 전 국장 해임을 주도한 주범이라 본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특검의 판단은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 지시를 한 일이 없는데도, 김 전 실장이 독단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문체부의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은 크지만 범행을 지시하거나 지휘한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구체적 실행에 가담하지 않은 공모자도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는 이론)이라는 특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노 전 국장의 해임을 요청하거나 개입했다는 특검의 공소사실도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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