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2심 마무리…눈물로 호소한 조윤선·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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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8일 2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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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기춘 징역 4년·조윤선 징역 6년 등 구형
金 “늙고 병든 제게 관용과 자비 베풀어 줘”

보수단체 부당지원 등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8/뉴스1 © News1
보수단체 부당지원 등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8/뉴스1 © News1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80) 등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은 “늙고 병든 제게 관용과 자비를 베풀어주길 바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울먹이며 “전경련에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 심리로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의 항소에 대해선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에 대해서도 모두 원심과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1심에서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4500만원을 구형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겐 뇌물 등 혐의에 대해 징역 7년·벌금 11억원·추징금 3억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등 도합 징역 9년을 1심에서 구형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전 정무수석)에겐 징역 5년·벌금 10억원·추징금 2억5000만원을, 박준우 전 정무수석에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형식적으로는 직무집행의 외관을 갖춘 일반적인 직무권한으로 보이지만,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방해를 일삼는 단체를 육성하려는 목적이었다”며 “사건 진행 양상 또한 협조 요청을 넘어 주어진 권한을 남용했기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활동비 명목으로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은 점과 관련, “국정원장이 유독 정무수석비서관에게 돈을 준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국정원법 개정 등 국정원 관련 입법·예산 등에 관여하는 정무수석에게 대가를 바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현 전 수석과 김 의원이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를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점에 대해선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은 대가성 없이 국가를 위한 일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다”며 “피고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돈을 받아 여론조사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1심은 저에 대해 ‘정부 비판적 세력을 종북 좌파로 규정했다’고 했는데, 매우 억울하다”며 “우리 정부의 수많은 정책을 단지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종북좌파로 본 적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여러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 누구도 전경련을 협박해 강요한 사실이 없다는 게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고 생각한다”며 “늙고 병든 피고인에게 관용과 자비를 베풀어주길 바란다”고 선처를 부탁했다.
보수단체 부당지원 등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8/뉴스1 © News1
보수단체 부당지원 등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8/뉴스1 © News1

조 전 장관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강요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저는 정무수석으로 있으면서 이 부회장에게 이 건으로 부탁을 한 적이 없다”며 “평소에 잘 알았고 연배도 저보다 위인 이 부회장에게 강요했다는 공소사실이 낯설다”고 울먹였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달 특수활동비를 받은 점에 대해선 “격려의 마음을 써주신 걸 어린 후배인 제가 부적절하다고 돌려보내는 건 지금 생각해도 건방지고 어려웠다”며 “지금은 중책을 맡은 공직자로서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현 전 수석은 “결코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아니었고 개인적 영달을 꾀한 적도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수석도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지침에 따라 충실하게 대통령의 비서로 역할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사실대로 말했으니 관대한 처분을 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모든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12일 오후 3시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 등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공모해 전경련이 2014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어버이연합 등 특정 보수단체에 총 69억원가량 지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현 전 수석과 김 의원은 정무수석 재직 당시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과 공모해 국정원 특활비 5억원을 인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경선운동과 관련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조 전 수석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현 전 수석은 강요·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허 전 행정관은 강요 및 위증 혐의로 징역 1년과 국가공무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에겐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 의원(전 정무수석)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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