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쫄깃한 파스타 한입, 봄날의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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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재’의 문어라구파스타. 홍지윤 씨 제공
‘이태리재’의 문어라구파스타.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수년 전 어느 요리 평론가가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파스타는 국물에 말아놓은 듯 소스가 흥건한 국적 불명의 요리’라고 혹평한 글을 읽은 일이 있다. 초창기 어설픈 초보 요리사들이 인기 있는 서양요리랍시고 흉내 내듯 만들어 내는 일이 흔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퍽퍽한 요리보다 국물 음식을 선호하고 소스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느라 국물에 빠진 듯한 파스타가 생겨난 것이다. 당시에 흥건한 소스만큼이나 아쉬웠던 것은 푹 퍼지게 삶아 목 넘김조차 부드러운 파스타의 질감이었다.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는 소스에 치중하기보다는 재료와의 조화를 중시하고 밀가루 본연의 풍미와 식감을 즐기는 편이다. 파스타의 종류에 맞춰 식감을 살려 삶아내려면 오랜 내공이 있어야 하고 다른 재료와 함께 퍼지지 않게 단시간에 팬에서 볶아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초기에 국내 요리사들이 비빔국수인 듯 파스타인 듯한 어중간한 요리를 만들어 낸 것도 파스타를 만만히 봤기 때문이다.

파스타는 세계적인 인기만큼이나 그 역사도 깊은 요리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의 면을 가져와 이탈리아에 전파했다는 전설 같은 헛소문과 달리 기원전 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반도에 거주했던 에트루리아인들의 유적에서 파스타를 만드는 도구가 발견됐고 고대 로마에서도 파스타를 먹었다. 16세기 나폴리 왕국에서 기근을 해결하고자 파스타를 건조해 보급한 것이 오늘날 건파스타의 시작이다. 생파스타는 일반 밀가루로 반죽하기도 하지만 건파스타는 듀럼밀을 거칠게 빻은 세몰리나를 원료로 물과 소금, 달걀을 넣어 만든다. 그 모양에 따른 종류가 700여 종에 가깝고 지금도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새로운 종류의 파스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은 국내 요리사들도 실력이 일취월장해 파스타도 알덴테(al dente·치아가 살짝 저항감을 느낄 정도로 쫄깃하게 삶는 방식)로 잘 익혀내고 생파스타를 직접 반죽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단, 파스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이탈리아 어느 지방의 파스타 경연대회에서는 파스타의 맛을 드라마틱하게 높여주는 트러플(송로버섯) 오일, 프로슈토, 발사믹 등 몇 가지 재료의 사용을 제한한다고 한다. 트러플, 어란, 성게알은 넣기만 하면 마술처럼 맛이 좋아지는 고급 재료다.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합리적인 가격의 파스타를 많이 맛볼 수 있길 기대한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이태리재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4-9, 070-4233-6262, 문어라구파스타 3만6000원

○ 볼피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7, 010-2249-1571, 멧돼지라구 탈리아텔레 2만8000원

○ 빠넬로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29, 02-322-0920, 카르보나라 2만4000원

○ 도우룸 서울 서초구 동광로 99, 02-535-9386, 02-535-9386, 각종 생파스타 2만 원대
#파스타#알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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