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연해주에서 만난 도굴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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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러시아 연해주의 한 시골마을 식당. 건장한 체구의 40대 러시아 남성이 20분 넘게 식당 주변을 배회했다. 사내의 눈빛은 무척 날카로웠다. 취재진 이외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얼굴은 사진 찍지 말라는 말과 함께 보자기에서 은은한 녹색빛이 감도는 ‘청동투겁창’을 꺼냈다. 약 230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한민족의 흔적이다.

그러나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취재진의 촬영과 실측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서둘러 유물을 가방 안에 쑤셔 넣고 사라졌다. 자칭 ‘아마추어 고고학자’라는 그는 선사유적에서 금속탐지기로 청동투겁창을 찾아냈다고 했다. 정식 발굴을 거치지 않고 유물을 개인적으로 취득하는 건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북방 고고학자인 강인욱 경희대 교수에 따르면 최근 연해주에서 유물이 도굴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0년부터 18년째 러시아과학원과 연해주 일대의 발해, 옥저 유적을 공동 발굴하고 있다. 소중한 유물들이 도굴꾼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전에 발굴단이 먼저 발견해 내기를….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아마추어 고고학자#북방 고고학자 강인욱#연해주 유물 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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