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즐거운 인생/액션 버킷리스트]포항
더보기

[즐거운 인생/액션 버킷리스트]포항

조성하 전문기자 입력 2017-10-26 03:00수정 2017-10-26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대개 절과 물은 그리 가깝지 않다. 물을 거느렸다고 해도 계곡 가장자리 정도다. 그런데 오어사만은 다르다.계곡을 막아 물을 가두면서 절 턱밑까지 호수가 찼다. 사진 가운데 노란 은행나무 두 그루 사이로 설법전 지붕만 살짝 보인다.
《우리나라는 눈만 돌리면 여행지다. 산 좋고 바다 넓은데다 섬도 수두룩하다. 게다가 계절마저 가을. 온 산에 단풍들고 날마저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여행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을 터.
그런데 막상 떠나려니 고민이 앞선다. 갈 곳이 너무 많은 탓이다. 그래서 꼭 집어 추천하는 곳. 남쪽동해안의 포항이다. 》

이 계절에 굳이

포항을 권하는 이유. 단풍 산(내연산 운제산)과 바다(영일만)를 두루 섭렵함은 물론 기온 내려가며 살에 기름이 배어 맛이 오른 생선도 쉽게 맛봐서다. 환골탈태를 결행한 ‘포항 르네상스’의 중심인 포항도심도 볼거리다. 도심운하에 해상공원까지 다양하다. 근방 호미반도에는 바다를 벗 삼아 걷는 길도 있다. 겸제의 진경산수 ‘내연삼용추’의 현장인 내연산 계곡과 원효대사와 자장율사가 교유했던 운제산의 오어사, 포항운하를 걸으며 죽도시장에서 음식기행을 즐기는 코스로 안내한다.

단풍절색의 진경산수 현장 내연산


조선의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의 창시자이자 그 분야 최고수. 그는 금강산기행을 통해 그 경치를 화첩으로 남겼다. 그런데 포항에도 겸제의 진경산수 현장이 있다. ‘내연삼용추’(1733년 작)라는 그림을 그린 내연산의 용추폭포다. 내연산(710m)은 포항시와 그 북쪽에 인접한 영덕군 중간쯤의 해안에서 멀지 않은 내륙. 폭포 12개가 걸려 있는 청하골 계곡과 보경사로 이름난 곳인데 단풍의 성지라 할 정도로 추색이 아름답다. 그건 이 계곡의 물 덕분. 알맞은 습기로 단풍이 늘 곱게 든다.


‘내연삼용추’란 그림에는 겸재송(松)이라 이름 붙은 낙락장송 한 그루가 등장한다. 그런데 내연산 청하골로 오르다 보면 그 그림의 현장인 비하대(용추폭포 옆 절벽) 꼭대기에 비슷하게 생긴 소나무가 보인다. 그게 겸제송이라면 우린 뜻밖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겸재와 우리가 시간을 초월해 이곳 용추폭포란 공간에 공존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청하골을 오르면 발걸음이 가볍다. 물론 별유천지비인간 급의 단풍산경에 취해서도 그렇지만.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 않다. 또 내내 왼편으로는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멋진 바위계곡이 어깨동무를 해준다. 백팩에 도시락 하나 넣어 오른 뒤 용추폭포에서 까먹고 내려온다면 금상첨화일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가의 절 오어사

천하의 원효대사도 알 수 없는 게 있었다. 그래서 도력 높은 스님에게 캐묻고서야 화엄 세상
겸재의 진경산수화 ‘내연삼용추’의 현장인 청하골의 용추폭포.나머지 폭포 하나는 용소출구에 걸려 있는데 사진엔 드러나지 않았다.
에 대한 저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 고승은 혜공선사. 때는 7세기로 혜공은 어려서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한 특별한 인물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병을 고치는 신통력을 발휘해서다. 하지만 스님이 된 뒤엔 기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삼태기를 맨 채로 돌아다니며 늘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말년엔 운제산 오어사에 칩거했다. 원효가 혜공을 찾은 건 그즈음. 생각이 막힐 때마다 질문하는 원효를 그는 이렇게 통박했다. “흉내만 낼 줄 아는 얼치기”라고.

어느 날 두 스님이 절 앞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는 바위에 나란히 앉아 똥을 누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혜공의 것은 똥이 아니라 물고기였던 것. 놀란 원효를 향해 혜공은 이렇게 말했다. ‘산더미 같은 경론을 섭렵했다 한들 그걸로 제 한 몸 부귀영달만 탐한다면 이렇듯 귀한 음식을 똥으로 만드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라고. 나 ‘오’(吾) 물고기 ‘어’(魚)의 오어사란 이름은 그렇게 태어났다.
지난 5월 동빈내항에 수면에 들어선 캐릭터 해상공원.

이 절은 동시대의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됐다. 당시엔 계곡 산중턱이었다. 하지만 계곡을 막아 저수지(오어지)를 조성하면서 물이 차올라 지금은 물가의 절이 됐다. 그런데 그 풍경이 절경이다. 그건 산중턱 암자 자장암에서 잘 조망된다. 온통 단풍든 산중의 호숫가에 들어선 이 절의 풍광. 아마도 우리 불교사찰 중에 최고가 아닐 까 싶다. 경내 장독대 앞엔 이 물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물 건너로는 산길이 이어지는데 또 다른 암자 원효암 가는 길이다. 원효 자장 두 스님은 이렇듯 마주한 산자락에 암자를 짓고 교류했다. 그런데 당시엔 다리가 없어 오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원효 스님이 다리를 놓자고 했단다. 그게 구름 ‘운’(雲) 사다리 ‘제’(梯), 운제산이란 작명의 배경이다. 절 앞 오어지(저수지)의 호반은 숲이고 그 물가로는 멋진 둘레길(7km)이 있다. 단풍숲 속으로 호숫가를 걷는 멋진 코스다.
죽도시장의 어물전과 횟집골목.

포항에도 볼거리는 있다

주요기사

포항(浦項)이란 한자어의 의미는 ‘큰 포구’. 형산강하구에서도 가장 큰 갯목(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말한다. 그런데 2013년까지만 해도 포항시내의 동빈내항(옛 포항항)으로 이어졌던 형산강 물길은 볼 수가 없었다. 매립해 집을 지어서다. 그런데 그게 2014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개통된 ‘포항운하’를 통해서다. 남북간 1.3km의 물길인 운하는 ‘포항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시민친수공간으로 개발됐다. 양편에 산책로를 두고 주변엔 공원을 조성했다. 물길로는 유람선이 오간다. 운하를 통해 하구바다(영일만)로 나가서는 포항제철의 위용을 둘러본다. 쉼 없이 어선이 들락거리는 동빈내항과 그 중심의 죽도어시장도 지난다. 운하는 포항의 또 하나 랜드마크가 됐다.
형산강교에서 바라본 포항제철 야경.

동빈내항에 최근 개장한 캐릭터 해상공원(남구 송도동)도 볼만 하다. 여러 개의 폰툰(Pontoon·대형평면부이·buoy)을 결합해 물위에 조성한 밧지 위의 공원으로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음악분수가 설치됐다. 밤엔 조명쇼도 펼치고 워터스크린 영상쇼도 펼친다. 영일만의 구룡포와 호미곶(포항운하에서 37km거리)은 포항여행길에 참새방앗간 격 관광지. 어업전진기지 구룡포에선 제철 맞은 과메기(사진)가 익어가고 호미곶(요즘 포항에선 ‘호미반도’라 호칭)은 해맞이의 명소. 포항시내에서 하룻밤 유숙한다면 한 밤중 형산강교에도 들러보자. 환하게 불 밝힌 포항제철 야경이 여행자를 반겨줄 것이다. 포항에선 온천욕도 즐길 수 있으니 잊지 마시기를.


포항명소 오어사: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 1.
내연산 12폭포: 청하골의 보경사가 들머리. 폭포의 낙차는 7~30m. 주차는 내연산 군립공원 주차장(주차비 4000원). 보경사~연산폭포(2.4km)만 걸어도 좋다. 왕복 2시간가량소요. 포항시내~국도7호선(북쪽 31km).

보경사: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 문화재구역 입장료(3500원)를 징수한다.

온천 영일만온천: 오어사에서 11km. 남구 대송면 운제로 386번길 21.
연산온천파크: 보경사 사하촌에 있다. 포항크루즈: 포항운하와 영일만바다를 아우르는 도심형 크루즈. A코스(8km·40분·1만원)와 B코스(6km·30분·8000원)가 있다. 운항(46·57인승)은 오전10시~오후5시, 신분증 필요.


맛집 포항 맛집들은 역시 죽도시장, 거기서도 ‘식품아케이드거리’에 주로 포진했는데 수제비골목(7구역), 어물전골목(활어회 물회), 문어골목(22구역)에 고래고기전문점까지 다양하다. 특히 3000원 균일가의 수제비는 어느 식당에서 먹든 실망하지 않는다.

명천회식당: 물회와 달리 양념에 비비는 비빔회(사진)를 낸다. 비빔회는 청어 멸치 꽁치 전어 등 등 푸른 생선만 쓴다. 9000원. 북구 동빈1가 71-74.

황지연못주점: 싱싱한 생아귀로 찜과 탕을 내는 대도동주점가의 소박한 식당. 영업은 오후3시부터.
이벤트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걷기 축제: 28일 오전8시반 청림운동장 출발. 호미곶광장까지 25km. 상세안내 및 참가신청은 포항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포항#내연산#오어사#보경사#온천 영일만온천#연산온천파크#명천회식당#황지연못주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