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깃발 든 플라티니 차기 유력… 블라터 입김이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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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터 FIFA회장 사퇴]
‘포스트 블라터’는 누구

209개국이 회원인 FIFA의 새로운 회장 후보로 벌써부터 자천타천으로 많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차기 회장 선거까지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현재로서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미셸 플라티니 회장(60)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는 2007년 UEFA 회장에 당선된 이후 꾸준히 ‘FIFA 개혁’을 부르짖어 왔다. 제프 블라터 회장의 부패 의혹이 제기된 뒤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과 FIFA 탈퇴 등을 주장하며 ‘반블라터 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블라터 회장이 자진 사퇴를 발표한 직후 플라티니 회장은 “블라터 회장이 옳은 판단을 했다”며 환영했다. 프랑스 출신의 플라티니 회장은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그해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현재는 FIFA 발롱도르)를 1983년부터 3년 연속 수상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플라티니 회장 말고도 ‘포스트 블라터’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많다. 최근 선거에서 블라터와 맞붙었다 패한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FIFA 부회장을 비롯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막판에 사퇴한 루이스 피구(43·포르투갈), 셰네스 에르지크 UEFA 부회장(터키),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카메룬) 등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64)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들을 제외한 또 한 명의 유력한 인물은 아직 누구인지 모르는 바로 블라터 회장의 ‘복심’이다. 국제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블라터 회장이 수사의 칼끝이 자신을 겨눌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출마해 당선된 것은 시간을 벌려는 의도일 수 있다. 자신의 비리를 문제 삼지 않을 인물을 골라 힘을 실어 주면 누구와도 대결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후세인 부회장은 독자적인 세력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플라티니 회장을 앞세운 UEFA의 지원 덕에 1차 투표에서 77표(블라터는 133표)를 얻으며 선전했지만 UEFA에서 후보가 나오면 기댈 곳이 없다. 요르단이 속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선거에서 블라터를 공식 지지했다. 2011년 선거에서 후세인에게 패해 FIFA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정 명예부회장의 경우 FIFA를 떠난 지 오래돼 출마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다. 그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그런 이유로 보인다. 다만 정 명예부회장은 “블라터에게 신세 지지 않은 사람이 회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면 나도 돕겠다”라고 말해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플라티니 회장이 유력하다고는 하지만 FIFA 회장은 정치권을 능가하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의 결과물이다. 후보들이 세를 모으는 과정에서 ‘뒷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누가 회장이 돼도 FIFA의 진정한 개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 블라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이 다시 손잡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블라터와 플라티니가 각각 FIFA 회장, UEFA 회장에 처음 당선될 때 둘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플라티니#블라터#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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