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환경] 재활용 쓰레기 대란 재현? 서울 아파트 단지 10곳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3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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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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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다음 주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해 임시로 치워가는 수거 업체들은 대부분 이번 주말이나 이달 말까지로 시한을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쓰레기와 인력 부족으로 더 이상 수거하지 않겠다는 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2, 13일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10곳을 살펴본 결과 4곳에서 여전히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마포구 600가구 규모의 A아파트에는 폐비닐을 담은 포대가 60여 개나 쌓여 있었다. 수거 업체가 음식물이 묻었거나 색깔 있는 비닐이 섞여 있다며 2주째 가져가지 않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민들에게 배출 방법을 홍보하고 업체에도 수거를 요청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서울 한 자치구의 담당자는 “구와 주민의 압박에 수거를 재개했지만 한 번만 치우고는 그만인 경우도 있다. 아파트와 비용 협의가 되지 않으면 다시 수거를 거부하겠다는 업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수거를 거부하는 업체 대신 다른 업체 등에 지원금을 주고 임시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들도 장비와 인원이 더 필요하다며 역부족을 호소한다.

종로구 요청으로 임시 수거하는 A실업은 “왜 안 하던 일을 하느냐”는 직원들 불만이 크다. 일반 주택 쓰레기만 수거하다 아파트 단지 것까지 치우다 보니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가 평소보다 20% 늘었다. 지원금도 일반 주택 처리할 때의 절반만 받는다. A실업 관계자는 “우리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다 일반 주택 쓰레기도 제대로 치우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중구에서 임시 수거를 맡은 B업체 대표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하고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수거 업체의 비용 협상도 난항인 곳이 많다. 노원구 상계동 C아파트는 가구당 1160원을 내고 수거해 가던 업체가 금액을 80% 깎아달라고 하면서 협상이 결렬돼 계약을 해지했다. 마포구 공덕동 D아파트 단지도 업체가 ‘수거 가격 인하’와 ‘돈 안 되는 폐비닐 수거 거부’라는 조건을 내걸자 다른 업체를 찾고 있다.

경기도는 수거 거부 사태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안양과 안산 일대를 담당하던 업체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수거를 중단할 방침이다. 시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광명에서는 시가 “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업체들이 반발해 수거 거부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관계자는 “비닐 쓰레기를 서울시청 앞에 쏟아버리겠다는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다. 이달 말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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