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겨자 먹인 양진호 처벌 어렵다…‘괴롭힘’ 방지법 국회서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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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5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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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근로감독 결과…양진호 직장 내 괴롭힘 다수 적발
마늘·겨자·음주·흡연 강요…법 조항 없어 처벌 어려워

직원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회식 때마다 직원에게 마늘과 겨자를 억지로 먹이는 등 상습 가혹행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진술은 주로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재직자까지 감안하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할 규정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처벌 등과 관련한 법안은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5일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들에게 음식물을 억지로 먹이는 등 가혹행위가 대표적이다. 양 회장은 회식 자리에서 쌈에 생마늘을 여러개 집어넣어 건네거나, 생마늘을 통째로 먹이기도 했다.

냉면에는 겨자를 잔뜩 뿌려서 직원에게 억지로 먹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나 흡연 강요도 적발됐다. 500cc 생맥주 원샷을 강요하거나 비흡연자에게는 흡연을 요구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직원 머리 염색 강요 사실도 확인했다.

고용부는 퇴직자 20여명을 접촉해 이러한 진술을 받아냈다. 재작자들은 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회식 때마다 자주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며 “본인이 당한 것을 진술한 것도 있고 목격 진술도 있어서 총 건수나 피해 인원은 산정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감독 과정에서 재직자들은 진술을 조심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고용부는 퇴직자에게는 전화 등 유선 확인을, 재직자를 상대로는 면담을 했다. 대부분의 피해 진술은 퇴직자로부터 나왔다.

감독 대상은 양 회장이 소유한 한국인터넷기술그룹 계열사 5곳(한국인터넷기술원·한국미래기술·이지원인터넷서비스·선한아이디·블루브릭)이었다. 재직 직원은 80여명 정도다. 회사에는 노동조합도 없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 회장이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을 군데군데 주요 보직에 앉혀놨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직원들이 긴장하는 분위기였다”며 “기본적으로 CEO의 캐릭터 자체가 독특하고, 작은 사업장이기 때문에 고압적인 회사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뿐만 아니라 양 회장의 직원 폭행, 성희롱, 취업방해, 임금체불(4억7000여만원)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46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고용부에서 파악한 결과 양 회장의 사업장에서 임금체불 신고는 단 한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양 회장은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중이다.

고용부는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 보강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당장의 행정조치로는 1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처벌이다. 다수의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지만,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내용은 없어 양 회장에 대한 별다른 처벌 방법이 없다.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에 들어가 있지 않아 행정지도 차원에서 지도하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법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산재보험법 개정안으로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사위 소속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과 정의가 모호해 사업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응하려는 고용부의 움직임도 제동이 걸렸다. 각 사업장에 비치하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매뉴얼’ 배포는 법 통과 이후로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태다. 김 국장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안이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근로자에 대해서 심리 상담 서비스가 있는데, 법이 통과되는 기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번 양진호 회장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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