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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미투’ 교수 징계 하세월…새 학기 강단 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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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미투’ 교수 징계 하세월…새 학기 강단 서기도

뉴시스입력 2018-09-11 09:34수정 2018-09-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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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대학가 곳곳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활발하게 이어졌지만 6개월 이상 지나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됐는데도 대부분 교수 징계는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검경 조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교수들은 사법절차가 끝나면 징계를 하겠다는 것이 학교 측 입장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학교 측이 책임을 미루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서울 대학가에서 미투 교수로 징계 처분이 내려진 곳은 세종대와 성신여대, 국민대 정도다. 세종대는 지난달 27일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은 영화예술학과 김태훈 교수에 해임 결정을 내렸다.

성신여대와 국민대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파면 조치 결정을 내렸다. 파면은 5년간 재임용이 제한되고 근무 연차에 따라 퇴직급여액도 삭감된다. 해임은 3년간 재임용이 제한되지만 퇴직금에는 불이익이 없다.

성신여대는 지난 5월 사학과 A교수를 파면 조치했다. A교수는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현재 A교수는 여전히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법기관 조사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교수를 파면 조치한 것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일부 사실 관계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둘 사이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했고 이 사실만으로 파면이 가능하다는 징계위 내부 토론 결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졸업생과 재학생 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대 조형대학 의상디자인학과 J교수는 지난 6월 파면이 결정됐다.

반면 대부분 대학은 미투 폭로가 나온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내리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 등 제자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은 고려대 국문학과 K교수는 지난 3월부터 학교로부터 직권조사를 받았다. 학교 측은 지난달 23일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성평등대책위원회 측은 “약 두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교수들이 속한 대학들은 징계 절차를 보류하고 있다. 사법기관의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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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으로 사표를 낸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임종주(63·필명 하일지)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조사는 잠시 보류됐다.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임 교수 사건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온 후 이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가 다시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처음 학교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서는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논의하겠다며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미투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H교수에 대한 처분을 1년 가까이 내리지 않고 있다. H교수는 대학원 지도학생, 학부생은 물론 동료교수와 학과 조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폭언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첫 폭로가 나왔고 학내 인권센터는 H교수에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징계위는 지난 5월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으나 당시 성낙인 총장은 징계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재심의를 요청했다. 징계위가 이후에도 같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리자 성 전 총장은 이를 최종승인하지 않은 채 퇴임했다.

현재 총장 공백 상태인 서울대 측은 H교수의 성추행·연구비 횡령 의혹과 관련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위를 열기 힘들다고 전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H교수는 직위해제 상태고 연구실도 못 쓴다”며 “사법기관에서 일정 벌금형 이상이 나오면 자동 해임이 되지만, 다른 결정이 나온다면 교원 소청 등을 통해 징계 결과를 뒤집어야 하기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투 의혹이 제기돼 사법절차를 밟고 있는 교수 중에는 이번 9월부터 시작된 2학기 수업을 맡은 이들도 있다.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A교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자 3명에게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 5일 불구속 기소됐다. A교수는 이번 2018년 2학기에 학부 수업 3개와 대학원 수업 2개를 맡았다. 학교 측은 기소 결과를 보고 징계 절차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지부진한 징계절차, 특히 사법기관의 결과에 따라 징계하겠다는 학교 측의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극히 가해자 중심의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사법기관의 결과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게다가 1심에서 그치지 않고 항소심, 대법원까지 간다면 최소 1~2년이 필요한데 그때까지 학교에서 자체적인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피해학생에게 학교는 가해자 편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윤김 교수는 “오히려 학교의 교칙에 따라 행정처분이 먼저 내려지고 이 처분이 나아가 형사상 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이끌어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추행, 성폭행 혐의는 증거 부족이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사법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기 굉장히 어렵다”며 “또 학교 측이 사법결과가 나오기 전에 해임이나 파면을 하게 되면 결국 (사법기관으로부터) 혐의없음 결론을 받은 교수들이 행정심판소송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학교 측은 이것이 부담스러워 징계 결정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과연 학교 측이 징계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건을 맡았던 재판부가 ‘입법 미비’를 문제 삼으며 입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미 진상조사를 거쳐 징계위 회부까지 된 사안을 두고 학교 측이 사법기관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학교가 계속해서 징계를 미루면 결국 가장 힘든 사람은 피해자”라며 “학교가 선제적으로 징계를 내리면 학내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뿐만 아니라 학교 공동체가 이전과는 다른 건강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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