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속으로 달리면 배 들려 앞이 안보이는 해군 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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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北후방 침투 특수전용… 173억 예산 들여 20척 도입
물새는 결함 등 수리만 150건… 전역자 제작업체 취업… 비리 정황

해군이 적 후방 침투 작전용으로 도입한 고속단정. 배 앞부분이 높이 들려 앞이 보이지 않아 장병들이 조타실 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운항하고 있다(위쪽 사진 붉은 실선안). 선체 바닥에는 작은 충격에도 잦은 균열(아래쪽 사진 붉은 실선안)이 발생하고 있다.
해군이 적 후방 침투 작전용으로 도입한 고속단정. 배 앞부분이 높이 들려 앞이 보이지 않아 장병들이 조타실 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운항하고 있다(위쪽 사진 붉은 실선안). 선체 바닥에는 작은 충격에도 잦은 균열(아래쪽 사진 붉은 실선안)이 발생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고속단정뿐 아니라 해군의 특수전용 고속단정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수사당국은 도입 과정의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9일 해군 등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해군 특수전여단이 사용할 고속단정 20척이 도입됐다. 예산 173억 원이 투입됐다. 유사시 북한 후방지역 침투 작전에 쓰이는 장비다. 그러나 현재 정상적인 작전수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속단정 운항 때 앞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높이 뜬다는 것이다. 선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운항 때 해수면에서 앞부분이 뜨는 각도는 7도 미만이어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된 고속단정은 운항 때 18∼20도까지 뜬다. 고속단정 앞부분이 너무 높으면 운항 때 시야 확보가 어렵다. 이 때문에 대원이 조타실 위 환기창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운전하거나 다른 대원이 육안으로 전방을 관찰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제작 당시 무게를 11t에 맞춰야 하는데 실제로는 10t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단정 제작업체는 앞부분에 모래주머니를 놓기까지 했다.

또 침투용이라는 본래 목적과 어긋나게 제작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가 된 고속단정은 밑부분에 달린 스크루로 추진력을 얻는다. 수심이 얕으면 스크루가 바닥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특수전여단은 처음부터 수심에 제한을 받지 않는 물 분사식(워터 제트) 고속단정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소한 충격에도 선체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물이 새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잦은 엔진 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결함으로 수리한 것만 150건에 달한다.

특수전용 고속단정은 북한의 반잠수정 침투에 대비하고 유사시 북한 침투작전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업체가 연구개발을 맡아 제작까지 맡는 방식으로 시작돼 수의계약으로 1차 20척이 도입됐다. 2차 사업(2015년)부터 경쟁입찰로 진행됐지만 1차 사업의 후유증 탓에 추진 과정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2차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설계상 결함 200건이 추가로 발견됐고 그나마 설계도면이 제작업체에 제때 전달되지 않아 기한 내 납품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3차 사업을 맡은 다른 업체도 설계상 문제로 정상 제작을 하지 못했다.

해군 수사당국은 1차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군 관계자는 “1차 수의계약을 한 국내 업체에 해군본부 출신 장교 2명이 전역 후 취업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업 과정에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등 1차 조사를 마쳤고 본격적으로 관련자 소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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