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10대 학교폭력, SNS 잇단 폭로 왜?…커지는 2차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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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들의 잔혹한 민낯을 보여준 부산과 강릉 집단폭행 사건은 피해자 측이 교육당국과 사법체계 등을 불신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폭로하면서 여론화됐다는 점에서 판박이처럼 닮았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 당사자가 가출해 행방불명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지연됐다. 참다못한 피해자 측이 잔혹한 피해 장면 사진을 SNS에 올려 파장이 커지고서야 경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가해자들은 피해자 A 양(14)이 6월 말 벌어진 1차 폭행을 학교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1일 가혹한 보복을 가했다. 7월 초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됐던 가해 여중생들은 사회봉사 2일,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2일 이수 등의 가벼운 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강릉 사건 역시 피해자 B 양(17)이 7월 중순 사건 직후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가해자 중 1명이 가출해 행방불명이라며 미적거렸다. B 양의 언니(19)는 “누구도 동생의 피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SNS 폭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폭행 피해자들의 끔찍한 사진과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단체 채팅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분개했다. 소년범이어서 엄중한 처벌이 어렵다는 사실에 대중의 분노는 증폭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가해자 신상을 캐내 온라인에 유포했다. 피해 동영상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며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피해자의 참혹한 얼굴을 희화화한 사진을 SNS에 유포한 혐의로 8일 경찰에 입건됐다.

강릉 사건 피해자 B 양의 언니는 최근 가해자 부모로부터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사건 폭로 이후 벌어진 가해자 신상털이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가해학생 단체 채팅방에서 이름이 거론된 한 남학생은 사건과 전혀 무관하지만 신상이 털려 이 학생 부모가 항의하기도 했다.

부산 사건 가해자들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해당 학교 측은 전교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0여 건 가까운 2차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한 학생은 가해자들과 같은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편의점에서 중년 여성에게 폭행을 당해 손목 에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다리에 깁스를 하고 택시를 타려다가 교복을 본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당한 경우도 있다. 욕설과 손가락질에 시달리는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교육당국과 사법체계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신이 커질 수록 이 같은 2차 피해를 유발하는 SNS 폭로가 잇따를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적절차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할 걸 우려한 피해자 측의 SNS 폭로는 프라이버시 보호나 선정성 폭력성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SNS를 이용한 폭로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끼칠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다른 파생범죄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주범 C 양(15)은 11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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