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정부 30일내 답변 달라” 외교결례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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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권협정 협의요청 문건에 적시… 외교적 협상에 시한 제시하며 압박
정부 “면밀하게 검토” 맞대응 자제

일본 정부가 9일 한국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기초한 외교적 협의를 요청하면서 ‘30일 내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일본은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에 대한 외교 공세를 예고한 바 있지만 외교적 협의를 요청하면서 일방적으로 데드라인을 제시해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9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 압류 신청을 승인한 데 대해 반발하며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전달한 외교적 협의 공식 요청 문건에서 답변 시한을 30일 이내로 못 박았다. 한일 간의 해석 또는 실시 사항의 분쟁이 있을 경우 외교상의 경로로 먼저 해결하도록 규정한 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행위로 일본이 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외교적 협의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협정은 외교적 협의가 불발되면 한일과 제3국의 3인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30일 내에 꾸리도록 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이 30일 안에 외교적 협의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일본이 법적 근거도 없는 시한을 제시한 것은 그동안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이 언급했던 제3국이 포함된 중재위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와 같은 추가 대응조치로 넘어가려는 명분 쌓기로 해석된다. 한국의 동의 없이는 국제 재판이 성립될 수 없지만, 국제 여론전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일본 측의 청구권협정상 양자협의 요청에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 측의 억지 부리기에 불필요하게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검토 중인 강제징용 피해자 구제 및 일본 정부 대응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서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로선 한국 정부와 기업, 일본 정부와 해당 징용 가해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피해 구제기금 조성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일본 측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정부 30일내 답변#외교결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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