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司正 앞장서지만… 靑 “적폐청산 끝은 공수처 통한 檢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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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회의서 검찰개혁 재천명

손잡은 당정청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제정과 관련한 당정청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금태섭 의원(왼쪽부터)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조 수석은 회의에서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손잡은 당정청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제정과 관련한 당정청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금태섭 의원(왼쪽부터)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조 수석은 회의에서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청와대와 여당이 20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통한 검찰 개혁 의지를 강하게 재천명했다. 검찰발 사정(司正) 태풍 속에 “정작 검찰 개혁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검찰 개혁이 적폐청산의 마침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공수처, 임기 내 반드시 설치”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다. 이번 정기국회에 안 되면 내년에, 안 되면 그 다음 국회 때라도 시도해 임기 내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의 의지’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과 법무,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정책협의를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조 수석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먼저 회의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선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 처리 방안이 논의됐다. 조 수석의 참석은 공수처 관철에 대한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을 대외적으로 내보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비공개 회의를 시작하기 전 조 수석은 “지난 정권은 우병우(전 대통령민정수석) 등 정치검사들이 정권 비리를 눈 감으면서 출세가도를 달렸다”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많은 개혁과제 중 첫째가 적폐청산, 검찰 개혁이다. 검찰 개혁을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또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대통령 자신과 주변부터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 청와대-검찰 ‘무언의 대치’?

최근 여권 내에선 검찰이 적폐청산의 선봉장으로 나서 전(前) 정권은 물론 전전(前前) 정권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적폐 관련 수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적폐청산의 전선(戰線)이 넓어지면서 청와대가 검찰을 향해 칼을 꺼내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여권 내에선 검찰이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물론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로 청와대와 여당까지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검찰 수사가 통제 불능 상태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서슬 퍼런 검찰의 사정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개혁에 앞장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거리를 두며 침묵을 지키는 것을 두고 ‘무언의 대치’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적폐청산 수사가 활발해질수록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권력자 입장에선 검찰만큼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역대 정부마다 검찰 개혁을 외쳤지만 결국 검찰이라는 ‘칼’을 내려놓지 못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에 검찰 스스로 적폐청산의 칼이 되면서 “스스로 적폐청산의 덫에 걸렸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검사는 “적폐청산을 원하는 권력에 휘둘리는 모습이 공수처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검찰 개혁, 적폐청산 마침표 찍을까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개혁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청와대와 여권의 확고한 기류다. 여권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는 사실 여권에 불리하다면 불리한 법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찰 개혁은 적폐청산을 완성하는 마침표”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당정청은 공수처 신설 관련 4대 원칙에 따라 법무부가 마련한 안을 토대로 법안 심사과정에서 신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대 원칙은 수사·기소권을 보유한 독립적 수사기관, 정치적 중립성 확보, 부패척결 역량 강화, 검사 부패 엄정 대처 등이다.

그러나 초대 공수처장 인선 방식부터 여야 합의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안은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한 뒤 1명을 선출하되,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기에 반대한다. ‘국회’가 아닌 ‘야당’이 공수처장을 복수로 추천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강경석 기자
#적폐청산#공수처#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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