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유치원 비리 사태…스쿨미투는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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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3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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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교육계 결산]② 유치원 3법, 논의 끝 합의 불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은 부활 조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1월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존립 위한 전국유치원 교육자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DB)© News1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1월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존립 위한 전국유치원 교육자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DB)© News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법안소위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DB) © News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법안소위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DB) © News1
2018년 교육계는 사립유치원 문제로 떠들썩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0월 임기 시작과 동시에 사립유치원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회계 유용 등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근거인 유치원 3법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미투(#MeToo)도 교육계를 흔들었다. 학교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사립유치원이 휩쓴 한 해…절반의 소득만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로 등극했다. 그는 비리 사립유치원 문제를 고발하며 원비로 ‘명품백’을 산 유치원 실명을 밝혀 사회의 분노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교육부는 문제해결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10월25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또한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해 내년 3월 원아 200명 이상을 둔 대형유치원에 우선 도입하고 2020년 3월까지 모든 유치원에 적용하기로 했다. 원비 유용이 문제가 됐던 만큼, 유치원의 회계 흐름을 투명히 들여다보고 비리가 있으면 처벌하자는 의도였다. 국·공립유치원 학급 확충계획도 발표했다.

그 사이 사립유치원 3500여곳의 협의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공공성 강화방안이 나온 직후 10월30일 항의의 표시로 검은옷을 입고 대토론회를 여는가 하면, 11월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 나라에 사립유치원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폐원하고 조용히 물러가겠다”며 폐원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정부가 사유재산인 사립유치원 운영에 개입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여론과 정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의 사적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전국의 학부모들을 협박한 것”이라며 “한유총의 집단폐원 주장은 국민을 상대로 학부모를 불안하게 만드는 협박행위와 같으며 절대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며 엄정조치를 천명했다.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해 국회 논의도 활발했다. 이른바 유치원 3법이 논의됐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사립유치원의 투명한 회계시스템 도입 의무화와 셀프징계 차단, 횡령죄 적용, 유치원 급식 안전 보장 등이 핵심이다. 이를 자유한국당이 반대하자 국회는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의 중재안을 적극 논의했다. 바른미래당 안은 국가지원금을 지금처럼 지원금 형태로 두되 학부모 부담금과 단일회계로 관리하고 교육 목적 외 사용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한다는 게 골자다. 본래 박용진 의원안이 담았던 횡령죄 처벌 수위(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대폭 낮아졌다.

합의가 계속 미뤄지자 국회 교육위는 바른미래당 중재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은 국회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처벌규정은 내후년 이후에나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사실상 절반의 성공만 거둔 셈이다.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앞으로 국회가 패스트트랙 법안 심사 기한 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합의를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한유총에 대한 실태조사를 끝마치고 현재 결과를 정리하는 중이다.

◇스쿨미투…학교서 이어진 용기있는 폭로

스쿨미투도 화두였다. 학교에서 위계에 의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학생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A여고 미투’는 그 중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 지난 3월 이 학교 졸업생 10여명으로 구성된 ‘A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가 재학시절 현직 교사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졸업생들의 설문결과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며 시작됐다.

이후 졸업생들의 미투 사실을 알게 된 재학생들이 학교 2~4층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WITH YOU’(당신과 함께 하겠다) 등 응원·응답 메시지를 적은 사실이 SNS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생 성희롱·성추행 피해 전수 설문조사와 특별장학·감사 등에 나섰다. 연루된 교사 18명이 파면·해임·정직 등 징계를 받아 의미있는 결실을 거뒀다.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다수의 대학에서 지도교수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져 나왔다. 10월에는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A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 등 37개 단체가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스쿨미투는 교육계 전반을 흔들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 교원도 성(性)과 관련한 비위가 적발된 경우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징계 기준을 적용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또한 부처 안에 성평등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스쿨미투와 관련한 정책이 쏟아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성(性)인권 시민조사관’ 제도를 도입하고, 교육감과 여성단체에 곧바로 학교 성폭력 피해를 제보할 수 있는 ‘스쿨미투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허용 불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방과 후 영어 수업도 화두였다. 정부는 2014년 시행된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했었다. 지난 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방과후 영어 수업을 재개하는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부활의 불씨를 당겼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지역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이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지난 27일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에 올라가지 못하면서 본회의 상정이 불발됐고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된 꼴이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임시국회에서라도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교육정상화법은) 여야 정쟁의 대상이 아닌 만큼 법이 통과되면 방과후 영어수업 시행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내년 부활의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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