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상대 손배소송까지 가는 ‘불수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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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국어 31번 교과 밖 출제… 학생-학부모 정신적 피해 보상을”
2주간 원고 모집해 첫 소송 계획

시민단체가 ‘역대급 불수능’으로 판명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고교 교육과정 범위 밖에서 시험을 출제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수능 난이도가 송사에 휘말리는 것은 처음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11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수능을 치른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과정만으로 도저히 대비할 수 없어 물리적, 정신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호소한다”며 “엄연히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국어 31번과 수학 가형 30번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 31번이 ‘독서와 문법’ 과목 성취기준 중 ‘추론적 독해’와 ‘비판적 읽기’에 근거해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걱세는 “31번은 만유인력 원리를 추론해 관련 명제의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내용인데 ‘독서와 문법’ 성취기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학 가형 30번을 두고는 “평가원은 성취기준 3개를 제시했지만 15개가 필요하다”며 “정상적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10개가 넘는 성취기준을 통합해 만든 문제를 풀지 않는다”고 했다.

2016년 시행된 공교육정상화법에는 수능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지필평가·수행평가 등의 학교 시험과 각종 교내 대회가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면 안 된다’고만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사걱세 관계자는 “제4조에서 학교가 교육과정을 준수하도록 관리 감독할 책임을 국가에 부여한 만큼 수능도 이 법에 저촉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걱세는 2주 동안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원고를 모집할 계획이다. 또 평가단을 구성해 수능 국어와 수학 문제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정할 방침이다. 소장은 내년 1월 중순경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원장이 사과할 정도로 수능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지만 당연히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했고 심지어 EBS와도 연계했다”며 “무엇보다 수능은 공교육정상화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정부상대 손배소송#국어 31번 교과 밖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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