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건혁]‘원전 홀대’ 논란 부채질하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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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경제부
이건혁·경제부
27일은 원자력의 날이다.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기념하기 위해 그 다음 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국민의 원자력 안전 의식을 높이고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지정됐다. 원전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각종 훈장과 산업포장, 대통령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등을 수여하는 행사도 마련된다. 관련 학계와 업계에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뤄지는 가장 큰 행사로 여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정해 그동안은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전 미래창조과학부) 등 2개 부처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 3, 5회 등 홀수 때엔 산업부 장관 또는 차관이, 2, 4, 6회 등 짝수 때엔 과기정통부의 장차관이 참석해 격려하는 식이었다.

올해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원자력의 날 행사는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매우 썰렁해질 가능성이 크다. 두 부처 장차관이 모두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가 7번째로 열리는 행사여서 참석이 유력했던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나 이인호 산업부 차관은 “그날(27일) 국회에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고하고 오후에는 확대경제장관회의도 예정돼 있어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올해 주무하기로 돼 있는 산업부 참석자보다 높은 직급이 가는 건 관례상 맞지 않다”며 “산업부 실장급이 참석할 것으로 전달받았기에 장차관 참석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쯤 되자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선 아쉬워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엔 국내 원자력 업계에 경사가 많았다. 우선 한국산 원전인 APR-1400이 유럽사업자(EUR) 인증을 획득했다. 그동안 EUR 인증은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이 인증을 받음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원전 강국으로 인정받은 셈이었다. 또 영국에서는 21조 원 규모의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정도 성과면 큰 잔치를 벌여 격려해줘도 모자랄 판에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정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학계와 업계의 해석이다. 학계의 한 인사는 “원자력 전담 부처가 두 곳이나 되는데 장차관이 한 명도 오지 않는 건 ‘원자력 홀대’ 아니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현 정부는 틈만 나면 “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원전 홀대는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비치는 모습에서 정부가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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