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나라 미얀마와 우리나라 한국 둘의 문화를 섞은 음악 만들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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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외국인등록증 받은 16세 조슈아의 꿈

학교 행사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는 조슈아. 음악에 맞춰 학생들이 뛰고 있다. 조슈아 제공
학교 행사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는 조슈아. 음악에 맞춰 학생들이 뛰고 있다. 조슈아 제공
“부모님의 나라 미얀마와 우리나라 한국 문화를 섞은 멋진 음악을 만들 거예요.”

불법 체류자인 미얀마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조슈아 군(16)의 꿈은 한국을 빛내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13일 경기 안산의 한 복지센터에서 만난 조슈아는 한국과 미얀마의 선율을 접목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곡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계 미국인 음악가 카슈미르처럼 되고 싶어요. 카슈미르는 부모님이 인도인이지만 미국에서 자라 인도와 미국의 분위기를 섞은 음악을 만들고 있거든요.”

조슈아는 올해 2년째 한 복지단체 장학금을 받아 실용음악학원에 다닌다. 이미 자작곡도 썼다. 그는 “자작곡이 5곡가량 되면 앨범을 내고 싶다. 몇 년 있으면 국적이 생길 테니 떳떳하게 알리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씩 웃었다.

조슈아의 부모는 2000년 전후 합법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비자가 만료돼 버렸다. 그 후 태어난 조슈아는 미등록 아동이 됐다. 미등록자의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나도 출생신고나 국적 취득을 할 수 없는 법 때문이다. 조슈아 부모는 아들의 신분이 노출됐다가 붙잡힐까 두려워 한국은 물론이고 미얀마에도 출생신고를 못했다. 조슈아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그림자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다 부모가 뒤늦게 한국 정부에 보낸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져 조슈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난민 가족으로 인정받은 조슈아는 합법적인 외국인등록증을 받았다. 성인이 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기회도 얻는다.

“4년 전 엄마가 내 손에 초록색 외국인등록증을 주던 날을 잊지 못해요. 그 전까진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조슈아에게 꿈이 더욱 애틋한 이유는 합법 외국인으로 인정받기 전 거의 강제적으로 꿈을 포기한 기억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조슈아는 3년 넘게 열정적으로 배웠던 태권도를 그만둬야 했다. 국기원에서 시행하는 태권도 승단시험을 보려면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검은색 띠를 두르고 발차기 하는 형들처럼 될 수 없다’는 생각에 꿈을 접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조슈아는 이렇게 호소했다.

“국적이 있느냐 없느냐가 우리의 꿈과 인생을 결정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세요.”

안산=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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